매일신문

좌장 이재오는 살았지만, 남은 親李는?

공천위-비대위 힘겨루기 미봉에 그쳐 재점화 여지

우려하던 새누리당의 공천갈등이 현실화되고 있다.

새누리당이 27일 1차 공천자를 확정발표하면서 이재오 의원 등 친이계 핵임인사들에 대한 공천을 둘러싸고 비상대책위원회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가 힘겨루기를 하는 등 갈등 양상을 노출했다. 긴급 진화(鎭火)는 됐으나 언제든지 재점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당 안팎에 확실하게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공천위가 이 의원과 이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전재희'윤진식 의원 등 친이계 인사들을 포함한 21명의 공천자 명단을 비대위에 내놓자 비대위가 '쇄신'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며 표결 끝에 비토한 것이다. 4년 전의 공천파동이 재현되는 듯한 모양새였다. 표면적으로는 비대위와 공천위의 힘겨루기였지만 내면에는 친이계와 친박계의 '해묵은' 갈등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비대위가 표결 끝에 이들의 공천을 반대하면서 공천위에 재의를 요구하자 공천위는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으면서까지 원안을 재의결, 신속하게 갈등을 '봉합'했다.

당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박근혜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동안 김종인'이상돈 비대위원 등은 '실세용퇴론'을 제기하면서 이 의원 등에 대한 비토 입장을 거듭 밝힌 바 있다.

박 위원장은 그러나 이 의원 공천에 대한 표결 과정에서 기권했다. 박 위원장이 이 의원 등 특정인에 대한 공천을 비토하겠다는 뜻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 친박계 내부의 전언이다.

이날 불거진 비대위와 공천위의 갈등은 공천에 대한 접근방법이 다른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비대위가 과거 정치에 책임이 있는 인사에 대한 교체 등 '인적쇄신'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공천위는 총선 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했다는 지적이다. 총선에서의 당선 가능성과 대선구도를 염두에 뒀다는 이야기다. 첫 힘겨루기에서는 공천위가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공천갈등은 끝난 것이 아니라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추가로 발표될 공천자는 단수후보 지역이 아니라 곳곳에서 친이와 친박계 인사들이 맞붙고 있는데다 전략지역으로 선정된 현역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공천을 둘러싼 내부갈등이 이제부터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등 영남권 공천은 화약고와도 다름없다. 분위기는 인적쇄신 쪽에 가깝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아서다. 역풍이 불 수도 있고 탈락자들의 집단적인 무소속 출마 등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다.

천신만고 끝에 공천이 확정된 이재오 의원은 "공천이나 정치 상황과 관련해서는 어떤 말도 하지 않겠다"며 입을 닫았다. 그는 "당에서 모든 지역구에 대한 공천이 진행 중인데 그 중간에 무슨 발언을 하든 그건 적절치 않은 결과가 될 수 있다"며 "선거운동에 임하게 되면 그때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당연히 말도 하게 되겠지만 그전에는 따로 무슨 말을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 의원은 '살려주지만' 그와 가까운 친이재오계 인사들은 공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말도 나돌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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