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공천 불복' 민주당도 내분 휩싸여

탈락 후보들 재심 요구…사망 사건까지 악재 겹쳐

'잘나가던' 민주통합당이 자중지란(自中之亂)에 빠졌다. 불모지에서 힘들게 선거운동을 벌이는 대구경북지역 예비후보들은 중앙당의 '헛발질'에 속이 타들어간다. 문제는 상처가 예상보다 깊어 빠른 치유는 힘들어보인다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를 연상시킨다며 붙은 '막장 공천', 비리 연루자도 공천을 주는 '안하무인 공천'이라는 비판에 그치지 않고 이번에는 민주당의 자랑거리였던 국민참여경선이 도마 위에 올랐다. 텃밭인 광주에서 국민참여경선 선거인단 모집 운동을 벌이던 한 예비후보 운동원이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사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악재까지 겹쳤다.

당내에서는 출범한 지 한 달을 갓 넘긴 한명숙 대표의 지도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자살 사건에 대해서도 한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먼저 민주당에선 총선 공천 결과를 둘러싸고 당 지도부와 공천에서 탈락한 예비후보들 사이의 내홍이 깊어지면서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달 22일과 24일 두 차례 공천자와 경선후보를 확정했다. 그런데 당이 공천 결과를 발표하자 탈락한 예비후보들이 공천 과정과 결과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단적으로 재심을 요구했다.

현역 국회의원 재공천율이 90%에 육박해 참신한 신인들이 전혀 수혈되지 못하는가 하면 일부 지역에서는 '대물림 공천'이 자행되고 정치관계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전'현직 국회의원이 공천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들은 '정체성'을 최우선 기준으로 살피겠다고 약속한 공천심사위원회가 현 여권 인사를 민주당의 경선후보로 확정하는 등 혼선을 빚자 당 지도부가 원칙도 없이 '말 바꾸기'를 한다며 흥분한 상태다.

수도권 선거구에 도전장을 던졌다가 뜻을 이루지 못한 예비후보 11명은 27일 성명을 통해 "민주당의 이번 공천은 밀실'측근'오물 공천이었다"며 "대권에 욕심이 없다는 대표가 측근 공천에 몰두하고 직접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자파 세력 확대에 앞장선다면 누가 지도부를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반발했다. 이들은 한 대표 퇴진 및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부정비리'부정축재자 공천 배제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합과정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분들이 분풀이 차원에서 할 수 있는 말이고 그동안의 공천과정에서도 있었던 일"이라면서도 "그분들의 지적 가운데 지도부가 지금 당장 바로잡아야 할 사안도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특히 민주당의 국민참여경선이 과열돼 국민동원경선으로 변질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언론의 반복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한 상태에서 '사망 사건'까지 발생해 더욱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한 대표는 27일 열린 당내 선거관리위원회의에서 "광주 국민경선 운동원 투신 사건은 민주당의 국민경선 열기와 당원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라고 말하며 신속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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