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회 '300석 꼼수'… MB "이렇게 늘리면 큰일"

여야가 제19대 국회에 한해 의원 300명으로 운영한 뒤 제20대 국회에서 다시 299명으로 정수를 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기만 하다. 의원 정수를 늘리는 데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은 만큼 명분도 없고, 현실적 필요성도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포털사이트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는 사상 초유의 '300명 의원 체제'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100명 정도면 충분하다' '참 한심한 나라' '세비를 깎자'는 성토와 함께 '싸울 땐 언제고 이럴 때는 아주 쿵짝이 잘 맞는다'는 야유가 쏟아지고 있다. 새누리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성식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기득권을 움켜쥐니 배가 산으로 간 꼴"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명박 대통령도 국회의원 정수 증원에 대해 아쉬움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가 의석 수를 이렇게 늘려 가면 큰일이 아니냐'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여야는 이와 함께 오래전부터 '영'호남 동일 의석 축소, 국회의원 정수 확대'에 합의했으면서도 여론의 비판을 의식, 의도적으로 논의를 지연해온 게 아니냐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선거일이 임박해오자 떠밀리는 모양새로 국회의원 정수 증원안을 처리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앞서 27일 전체회의를 열어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확정했다. '밥그릇 챙기기' 비판을 우려한 듯 본회의 찬성률도 52.9%에 그쳐 과반을 겨우 넘겼다.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수는 245명에서 246명으로 1명 늘어나되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54명으로 현행대로 유지된다.

여야는 경기도 파주시와 강원도 원주시 선거구를 갑과 을로 나누기로 했다. 세종특별자치시에는 독립선거구가 신설돼 총 3개 지역구 선거구가 늘어난다. 대신 경남 남해'하동군 선거구가 경남 사천시와 합쳐지고, 전남 담양'곡성'구례선거구 가운데 담양은 함평'영광'장성군에, 곡성은 순천시에, 구례는 광양시에 합해 2석의 지역구 선거구를 줄이기로 했다. 대구경북은 지난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총선을 치르게 된다.

한편 이날 여야 합의로 국회의원 정수는 지난 16대 총선(273명)부터 꾸준히 늘게 됐다. 1948년 제헌국회에서 200명으로 출발한 의원 수가 줄어든 것은 2000년 16대 총선 직전 외환위기(IMF)로 인한 고통 분담 차원에서 299석에서 273석으로 줄인 게 유일하다. 직후인 17대 총선에서 이를 299명으로 원상회복시킨 데 이어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의석을 2곳 늘리면서 비례대표 2석을 줄였다.

유광준기자 jun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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