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가곡 한 곡쯤 부를 수 있으면 좋잖아요"

성악 교실 15년, 박범철 씨

"우리 가곡은 한 편의 시(詩)와 같아요. 한 편의 가곡을 부르면 그만큼 정서가 풍부해지죠."

성악가 박범철(사진) 씨는 '한국 가곡의 전도사'로 알려져 있다. 그는 지역에서 15년간 가곡 아카데미를 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가곡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가곡을 널리 알리겠다'는 포부로 가곡 아카데미(cafe.daum.net/mondaysong)를 시작한 그는 시간대 별로 여러 개의 클래스를 운영한다. 20대부터 80대까지 수백 명의 제자들이 그에게 가곡을 배우고 있다.

요즘이야 일반인에게 성악을 가르쳐주는 곳이 적지 않지만, 15년 전만 하더라도 비전공자가 성악을 배우기 쉽지 않았다. 문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런 환경에서 그는 대구에서 처음으로 비전공자를 위한 성악 교실을 열었고, 전국적으로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처음에는 성악가로서 갈등도 있었죠. 하지만 지금은 보람이 큽니다. 1998년, 제 독창회를 본 한 분이, 왜 우리는 성악을 배울 곳이 없냐고 농담했죠. 전공자로서 저 역시 노래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성악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어요. 당시 효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비전공자를 위한 가곡 아카데미를 연 것이 저의 첫 수업이었죠."

그는 특히 한국 가곡으로 수업을 한다. 20대 젊은 사람이든, 80대 노인이든 우리 가곡은 마음에 큰 위안을 준다. 유명한 시인의 서정시로 가사를 만들었기에 가곡은 시 한편 이상의 울림을 준다.

지금까지 그를 거쳐 간 아마추어 성악가들은 1천 명이 넘는다. 그 가운데 그는 10년째 성악을 배우고 있는 한 학생이 마음에 남는다.

"처음에는 음이 하나도 안 맞았어요.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은 음이 맞는 편이에요. 어느 장르나 마찬가지지만, 성악 역시 반복학습과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죠."

처음 박 씨가 가곡 아카데미를 시작한 이후 가곡은 사회 음악으로 많이 대중화됐다. 이제 어느 모임에서건 가곡 하나쯤 멋있게 부를 수 있는 것이 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특히 50대가 넘으면 더 쉽게 가곡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박 씨의 귀띔이다. "갈수록 메말라가는 서정이 아쉬워요. 정서 함양을 위해서 우리 가곡 몇 곡 쯤 부를 수 있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 우태욱기자 w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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