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와 예술영화관 '동성아트홀'의 인연은 깊다. 본인은 고교 시절 잠시 방황해 가출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사실 집 나온 학생이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뻔했다. 잠은 친구 집에서 자고 낮에는 동성로 일대를 배회하다 다리가 아파지면 수중에 얼마라도 남은 돈으로 영화를 여러 편 보여주는 재개봉관에 들어가는 것이 전부였는데 그때 찾은 극장이 바로 그곳이었다. 그리고 동성아트홀은 이후 그 당시 영화에 대해 꿈꿔 본 적 없는 청소년이 영화를 관람하면서는 상상하지 못했던 기적 같은 인연으로 필자와 이어졌다. 대구경북시네마테크 대표이자 친형 같은 남태우 프로그래머 밑에서 일을 하던 시절 잠시 제한상영관으로 운영되던 동성아트홀의 예술영화전용관 전환을 같이 기획했는가 하면 본인의 데뷔작인 '아스라이'를 개봉하기도 했었다.
본지에서도 기사로 여러 번 다루었던 영화관 동성아트홀은 영화를 사랑하는 대구시민에게는 이제 익숙한 공간이다. 예술영화전용관으로 9년째 운영되고 있는 이 극장의 커뮤니티 카페인 '동성아트홀릭'의 회원 수는 무려 1만4천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이 극장에서 만나 결혼식을 올린 3번째 커플이 탄생했다는 기쁜 소식도 있었다. 극장 홍보에 불리한 고층에 위치해 있고 뛰어난 영사시설이나 좌석을 제공하지도 않는 이 극장에 관객들이 매료되는 이유가 뭘까?
대부분의 극장에서 관객은 단순히 문화상품인 영화를 소비하는 대상이다. 입장권을 구매하고 상영관에 들어서 영화를 관람하고 상영이 끝나면 극장 직원의 안내에 따라 극장을 퇴장한다. 하지만 동성아트홀은 관객의 능동적인 문화생활 자체가 된다. 새로 개봉할 상영작을 직접 추천할 수도 있고 내부인테리어를 관객이 자발적으로 제안해 디자인하기도 한다. 편안한 소파에 앉아 곧 관람하게 될 영화에 대한 기대와 보고 나온 영화에 대한 감회를 친구들끼리 나누는 것은 덤이다. 또한, 앞서 소개한 극장의 카페공지를 통해 영화 관람 후의 단체모임 등을 가지며 향유한 문화를 관객끼리 재생산하고 토론하는 장이 펼쳐진다. 이 모두가 누가 시켜서 한 일이 아니다. 단지 관객이 극장을 사랑해서 역동적으로 움직인 결과인 것이다.
이렇게 이 극장은 영화가 가진 '낭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기에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도 극장의 역사가 지속한다면 위의 결혼한 커플들이 아이 손을 잡고 극장을 찾는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영산대 영화영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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