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현수의 시와 함께] 이상한 권력 앞의 체념

버스 안은 코고는 소리에 눌려 조용하다.

두 자리를 홀로 차지하고

술 취해 아무것도 모른 체 코고는 사내

어느 누구도 코고는 사내를 문제시하지 않는다.

이미 만원이 된 버스

사내의 옆자리 틈에 껴 앉고 싶지만

사내의 큰 덩치에, 껴 앉아도 불편할 것 같고

잘 못 건드렸다가는 얻어맞을 것 같아 체념한다.

버스가 달릴 때는 그런대로 소음이 줄다가

정차할 때 더 크게 들리는 버스 안

사람들은 코고는 권력에 체념한다.

누군가 나서서 깨워주기를 바랄 뿐

나서서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고

스마트 폰을 보거나 MP3를 들으며 딴청을 핀다.

두 자리를 홀로 차지한 것도, 코를 고는 것도

뻔뻔스럽다고 생각하나 그에 대해 말하는 사람은 없다.

사람들은 사내가 빨리 내리길 바랄 뿐이나

사내는 내릴 기세도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내릴 곳을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개중에 코고는 권력에 눌려 아예 자리를 피하고

그리하여 버스 안은 코고는 권력만이 존재한다.

그렇게 불편하면서도 말 못하는 사람들은

하차하는 순간까지 코고는 권력에 시달리고

버스는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간다.

  이대의

간결하고도 서정적인 시를 보여주던 이대의 시인의 작품입니다. 누구나 겪을 만한 일을 통해 우리의 소시민적 속성을 고발하고 있네요. 우리가 이토록 용기가 없다는 말은 아니겠지요. 다만 곁에 힘을 보태줄 사람이 없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비겁해지는 겁니다. 용기를 낸 사람이 피해자가 되지 않는 사회가 된다면 이런 일은 애초에 벌어지지도 않았겠지요.

이것이 과연 버스 안의 일만일까요. 코 고는 소리만의 문제일까요. 이것을 더 큰 문제로 옮겨놓는다면, 이때 코 고는 권력이란 무엇일까요. '아무 일 없다는 듯' 굴러가는 버스는 또 무엇일까요.

시인·경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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