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문화재는 크게 유형문화재'무형문화재'기념물'민속자료 4부문으로 나뉜다. 그중에 기념물은 사적'명승 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수 있고, 천연기념물은 다시 식물, 동물, 지질'광물, 천연보호구역으로 구분된다.
천연기념물이란 용어의 유래는 1800년 독일의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처음 'Naturdenkmal'이라는 말을 사용한 데서 비롯되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인 1933년 8월 9일 조선총독부에 의해 '조선 고적'명승'보물'천연기념물 보전령'이 공포되었고, 1962년에 문화재보호법이 제정 공포되었다.
문화재청 자료에 따르면 천연기념물은 대구의 '도동 측백수림'을 제1호로 448건이 지정됐고, 그 중 전체의 절반이 넘는 257건이 식물이다. 식물은 다시 목본류와 초화류 등으로 구분한다. 목본류는 99개소로써 대부분 집단군락 서식지이며, 나머지 158개소는 모두 1그루씩 자라는 독립수이다. 제주도의 한란 자생지를 비롯한 초화류는 5개소, 경남 함안 법주면에는 또 다른 늪지식물도 있다.
필자는 오래전부터 전국의 특이식물을 찾아다녔다. 지금껏 대구경북에서만 무려 20여 종을 발견했고, 멸종위기 2급 식물도 있었다. 대부분 집단군락지이며, 연리지와 처진소나무 같은 독립수도 있고, 아조(芽條)변이 현상인 꽃도 있었다.
비슬산 유가사 서편 능선에 자생하는 흰진달래와 널리 알려진 진달래 군락지, 화원에 자생하는 깽깽이풀, 달서구의 본리동 중국단풍나무 연리지'청룡산의 비술나무 군락지와 와룡산의 꾸지뽕나무 군락지, 안동 일직면의 가침박달나무 군락지를 비롯해 독특한 모습을 보인 나무도 있었다. 물론 그때마다 공유와 훼손 방지를 위해 대중적 감시에 목적을 두고 언론매체를 통해 대부분 발표했다.
그러나 비슬산 진달래 군락지는 참꽃축제로 이미 명성이 났지만 한때 큰뾰족가지나방의 발생으로 화량이 줄고 화려한 색깔을 잃기도 했다. 흰진달래는 몰지각한 사람들의 굴'채취로 사라질 단계에 있어 안타깝고, 연리지는 천 년 만에 나타나 중국 고서에 등장할 정도로 희귀하지만 새로운 시설이 들어오면서 본래의 위치를 벗어난 것도 아쉬운데 결을 이은 가지마저 일조 방향을 다르게 식재했다.
꾸지뽕나무는 몇 년 뒤 충청도에서 전화가 왔었고, 투병 중인 부모님께 약용으로 쓰기 위해 자생 위치를 알려 달라고 요청할 때 훼손을 우려해 사절한 것은 안쓰러운 기억이지만 그래도 보존한 것 자체에 다행스럽다는 위로를 해 본다.
달성에서 발견한 '백선' 자생지는 전국 최대 군락지일 만큼 방대한 면적이다. 이 또한 한방 등에서 약재로 쓰이는 점을 감안해 훼손은 물론 또다시 거절해야 하는 마음고생에 앞서 발표를 미룬 것이 오히려 편했고, 한 그루의 모수(母樹)로 수없이 자생하는 서어나무 역시 채취를 우려해 미뤘으며, 경주에서 발견한 변이현상 꽃은 산림유전자원 증식 가능성을 시험 중에 있어 기대해 볼 일이다.
비슬산 자락의 '깽깽이풀'은 개화되기 무섭게 앞다투어 집중적으로 몰린다. 이런 조심스런 촬영현상도 목격했으니 앞일은 명약관화한 일. 지역에서 천연기념물 제1호가 탄생한 것도 큰 자랑거리이지만 2003년에 지정된 비슬산 암괴류 경우는 학계에서 먼저 서둘렀다. 식물군락은 울주군 가지산 철쭉군락지가 좋은 선례로, 최근에 공개된 경주 동해안의 지질은 오히려 '환상절리'가 맞지 않을까 싶다. 모두 당국에서 관리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겠지만 단순한 구경거리를 넘어서면 좋겠다. 개인적으론 한계도 있었다. 보전의 업그레이드는 최상위 법률로부터 보호받는 것, 지정의 결과는 문화재청의 몫이다.
권영시/대구문인협회 이사'전 앞산공원관리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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