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역사 속의 인물] 나치 친위대장 체포한 피터 말킨

아돌프 아이히만을 체포한 피터 말킨

1960년 5월 11일 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거리를 걷던 50대 남자에게 한 사내가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선생님, 잠시만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뒤엉켜 싸웠고 50대 남자는 제압당했다. '리카르도 클레멘트'라는 가명으로 살아가던 2차대전의 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이었다. 그를 체포한 사람은 이스라엘의 모사드 요원 피터 말킨.

나치 친위대장으로 유대인 말살 계획을 집행한 아이히만은 종전 후 미군에 잡혔으나 수용소를 탈출, 이탈리아와 중동을 거쳐 아르헨티나에서 15년 동안 신분을 숨긴 채 살았다. 말킨이 아이히만을 체포하고 나서 그에게 조카가 희생됐다는 사실을 상기시키자 아이히만은 묘한 표정으로 "그래요. 하지만, 그는 유대인 아니었던가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1927년 폴란드의 졸키에우카에서 태어난 말킨은 9세 때 나치의 기운이 싹트자 가족의 손에 이끌려 팔레스타인으로 이주했다. 이스라엘 건국 후 모사드 요원이 된 그는 뛰어난 작전을 여러 차례 펼쳤으며 그가 결정적 역할을 한 아이히만 체포 작전은 모사드 최대의 성과로 꼽힌다. '비범한 스파이 전사'로 불린 말킨은 2005년 오늘, 78세를 일기로 숨졌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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