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유가 위기에 다시 노출되고 있다.
유럽 금융위기에 따른 수출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가 몰고 올 후폭풍은 상당하다.
원가 상승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와 내수 부진, 물가 상승에 따른 서민 경제 위협 등 기업뿐 아니라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위협적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선별적 유류세 인하 등 고유가 파장을 줄이기 위한 비상 계획 수립에 들어갔다.
◆수출'내수 부진에 고유가 망령까지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1월에 110달러 안팎에서 움직였으나 이란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고조된 2월 들어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2월 6일 110달러를 넘더니 23일에는 120달러대로 올라서 날마다 연중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27일에는 122.56달러까지 올라 1년 전보다 15% 가까이 비싸졌다.
주유소 휘발유 판매가격도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유가정보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ℓ당 보통 휘발유 평균가격은 28일 2천3.99원까지 올랐다.
고유가는 우리 경제에 치명적이다.
우선 3%대 상승률로 간신히 내려선 소비자물가에 2차 충격을 줄 수 있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하고 기업의 원가 부담을 키우기 때문이다.
특히 수출과 내수가 불안한 상황이어서 물가는 뛰고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1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로 31개월 만에 감소했다. 1월 무역수지가 20억달러 적자 난 데 이어 2월에도 불안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을 보면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그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12%포인트 올라간다.
민간소비는 0.12%포인트, 총투자는 0.87%포인트 내려간다. 경상수지는 20억달러 악화하고 국내총생산(GDP)은 0.2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
◆유류세 인하 등 정부 비상 대책 마련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 이상이 5일 넘게 지속되면 유류세 인하 등 비상계획을 마련하기로 했다. 유류세 인하는 취약층을 선별적으로 지원하는 쪽에 무게를 뒀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29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제유가가 초강세를 보여 자동차가 생업수단인 서민의 고통이 많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모든 사람에게 유류세를 낮춰주는 것보다는 선별적으로 하는 게 더 효과가 크다고 본다"며 "둘 중 하나를 택하라면 어려운 쪽 부담을 덜어주는 게 낫다. 큰 차 타는 쪽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정부의 우선순위에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유류세를 내리지 않고 선별적 유류세 환급 등을 통해 취약계층만 지원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휘발유값 대비 유류세 비중은 4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53%보다 낮은 점, 종전에 유류세를 내렸을 때 서민 체감효과가 크지 않았던 점, 고유가 상시화 가능성에 대비한 에너지 절약 등을 고려한 판단이다.
유류세 일괄 인하에 대해서는 "130달러를 5영업일 이상 넘으면 검토할 것이다. 정해진 것은 없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한편 정부는 조달청 경쟁 입찰을 통해 공공 부문의 유류 구매를 공동으로 하고 최저가 계약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또 월말에 석유 가격이 낮아지는 점을 이용해 이날 1만5천 배럴의 휘발유 및 경유를 구매해 수도권 지역 알뜰주유소 30여 곳에 이를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석유 전자상거래와 다른 정유사의 기름을 섞어 파는 혼합 판매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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