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심 제대로 못물어" 새누리당 여론조사 도마에

선거구별로 새누리당의 공천 신청자 가운데 압축 대상을 뽑아 실시한 1차 여론조사를 경험한 유권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이런 조사를 과연 믿을 수 있나"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번 조사는 그나마 참고자료로 삼는 것이어서 다행이지만 최종 후보 결정을 위한 '여론조사경선'을 실시할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한 표라도 더 나오는 후보가 모든 것을 갖게 되는 여론조사경선으로 후보들의 '생사'를 가르게 되지만 그 여론조사가 부실 덩어리고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할 때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새누리당 1차 여론조사의 문제점

지난 주말 실시한 공천 후보 압축을 위한 1차 여론조사에 대한 반응은 한마디로 '부실에 대한 우려'였다. 인위적인 '여론 조작'이 가능하고, 부정확한 조사 결과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구미의 한 예비후보 측은 대구경북권 여론조사를 맡은 3곳의 기관이 25~27일 3일간 오후시간에 조사를 실시, 주부들이나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 위주로 조사결과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고 했다. 오전이냐 오후냐, 저녁시간이냐에 따라 표본이 달라지는데 조사기관이 이런 부분까지 감안해 연령층, 성별, 지역별로 조사를 했겠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론조사를 담당한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조사가 일률적으로 이뤄지지 못하고 다른 조사기관에서 도돌이표 마냥 이뤄지다 보니 표본 맞추기에 힘이 들었다"며 "또 각 예비후보별 여론조사와 뒤섞이고, 예비후보들 간 문자메시지 폭풍이 이뤄지다 보니 조사 자체를 기피하는 현상도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모 지역의 후보 진영 관계자는 "조직원들을 총동원해서 조사에 응답을 하도록 착신전환도 시켜놓고 응답 시 나이는 반영률이 높은 20, 30대로 하고 거주지는 인위적으로 답하라는 지시를 해두었다"고 했다. 여론조사 기관의 한 관계자도 "조직적으로 왜곡하려 들면 대응책이 마땅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피조사자의 거주지와 나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는 휴대전화 조사가 아니고서는 여론조사의 정확도는 갈수록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조사 시간에 따른 여론의 변화 편차가 너무 크다는 점도 지적됐다. 세대별, 동네별 여론이 큰 차이를 보이는데도 일률적으로 조사를 실시, 여론의 정확한 반영이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더욱이 단기간에 조사를 마무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사기관의 피로도도 높아 정확한 조사를 기대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문제였다. 신뢰도와 공정성을 기하기 위함이었다고 하지만 서울 업체에만 의존함으로써 오히려 더 부정확한 조사가 이뤄졌다는 것이다.

◆RDD방식 개선책-시간 갖고 조사하는 수밖에 없다

전국에 걸쳐 10개의 유력 여론조사기관이 동원돼 실시한 새누리당의 1차 여론조사는 RDD(Random digit dialing)방식으로 진행됐다. 쉽게 말하면 무작위 추출 방식이다.

그러나 이 방식의 장점은 광역권 조사일 때 발휘되는 것이다. 대통령선거나 시도지사 선거는 몰라도 국회의원 선거처럼 기초자치단체보다 작은 단위의 조사에서는 낮은 응답률과 조사의 부정확성, 피조사자의 의도적 왜곡 등의 다양한 문제점을 노출시키고 있다는 것이 여론조사 전문가들의 일치된 지적이다.

한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는 29일 "RDD 방식은 피조사자의 거주지역과 나이에 대한 부정확한 데이터가 수집될 수 있어 소규모 지역 대상 여론조사에는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화번호부에는 거주 지역이 구체적으로 구분되지만 RDD 방식으로는 일일이 확인해야 하고 그 또한 피조사자의 진실성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구동성으로 해답은 휴대전화 조사방식이다. 그러나 현실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강해 휴대전화를 기반으로 한 여론조사 방식 채택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기존 방식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

여론조사기관 관계자들은 조사 시간에 대한 규제라도 완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지금은 여론조사 전화를 밤 10시 이후에는 걸 수가 없다. 이를 한 시간이라도 연장시켜주면 다양한 연령층에 대한 조사가 가능하고 성별의 균형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지금도 여론조사 홍수로 많은 국민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또한 실현되기 어려운 문제다.

정답은 휴대전화 조사다. 하지만 현실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엄격한 법적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강해 대책 수립은 불가능에 가깝다.

따라서 시간을 갖고 다양한 샘플에 대한 채취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밖에는 대안이 없다. 이렇게 해야 나이도, 성별도, 거주지역도 균형을 이루는 샘플 채취가 가능하다.

공천도 시간적 여유를 갖고 여러가지 문제점을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토대가 튼튼하지 않은 부실공사처럼 부실해지고 부정확해 질 수밖에 없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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