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인 1일 새벽 2시쯤 대구 달서구 두류동 두류네거리. 감삼역 방면에서 오토바이 10여 대가 굉음을 울리며 나타났다. 화려한 조명을 단 불법 개조 오토바이에서부터 배달업소용 오토바이까지 다양했다. 이때 반대편 차로에는 경찰 오토바이 10여 대와 순찰차 1대로 구성된 기동대가 순찰 중이었다. 기동대는 폭주족 무리를 발견하고는 일제히 사이렌을 울리며 반대편 차로로 재빨리 유턴한 뒤 속도를 내 폭주족 무리를 뒤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폭주족들은 쏜살같이 달구벌대로 주변의 이면도로로 숨어들어 단속을 피했다.
이날 새벽 폭주족들이 도심 곳곳에서 '3'1절 기념 퍼레이드'를 가져 소란이 있었다. 폭주족들은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반복하며 경찰과 숨바꼭질을 벌였다.
대구경찰청은 29일 오후 6시 30분부터 1일 오전 5시까지 폭주족 특별단속을 벌였다. 평소 폭주족이 많이 질주하는 호림로, 달구벌대로 등 도심 주요 간선도로와 대구국제공항, 대구엑스코, 두류공원 등 폭주족 예상 집결지에 경찰 병력을 배치하고 경찰 오토바이와 순찰차 등 30여 대로 기동대를 구성해 폭주족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오토바이 폭주족과 차를 타고 폭주를 하는 '카폭족'들은 경찰의 단속을 비웃기라도 하듯 만촌네거리, 반월당네거리, 달성공원 주변 등에 수시로 출몰했다. 경찰은 이들을 뒤쫓으며 해산을 유도했다.
경찰의 단속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그동안 무작정 단속 위주에서 교통사고라는 2차 피해 방지에 힘썼기 때문. 이를 위해 폭주족을 물리적으로 막아설 경우 발생할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현대화된 단속 장비를 꺼내들었다. 휴대용 비디오카메라, CC(폐쇄회로)TV, 차량용 블랙박스 등을 이용해 채증하는 방법을 도입한 것이다.
그래도 경찰의 단속은 쉽지 않았다. 폭주족들도 현대화된 장비를 사용하며 긴밀한 연락 체계를 통해 재빠르게 경찰의 단속에 대응했기 때문. 단속에 나선 한 경찰관은 "폭주족끼리 인터넷 카페를 통해 폭주 계획을 공유하고, 현장에서는 스마트폰으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사용해 수시로 단속 정보를 공유하며 움직인다"며 "일대일로 전화나 문자메시지로만 연락하던 때보다 대응이 빨라졌다"고 혀를 내둘렀다.
또 폭주족들은 정상적인 오토바이나 차량 운전자를 가장한 '정찰조'까지 두고 경찰의 동태를 파악해 경찰단속을 피해갔다. 한 단속 경찰관은 "폭주족을 신고하는 척하면서 다가와 행선지를 묻는 정찰조가 있고 '경찰 아저씨, 우리는 왜 안 잡아 가세요?'라며 도발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폭주족들의 수는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한 경찰은 "폭주족들이 전년보다 30~40%가량 줄어든 것 같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달구벌대로에 수백 대의 오토바이가 한꺼번에 나타나 위험천만한 상황도 많이 벌어졌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아 다행"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실제로 경찰은 이날 단속으로 6명을 붙잡아 4명은 형사 입건했다. 입건자 수도 많이 줄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폭주 전력자의 소속 학교나 배달업소 등을 통해 편지를 보내고, 폭주족 인터넷 카페에도 경고 문구를 게재하는 등 사전 예방에 힘쓴 결과 폭주족들의 도심 질주가 많이 줄어들었다. 폭주족 근절을 위해 지속적으로 계도와 단속을 병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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