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재박의 작명탐구] 김한길 전 국회의원

"합리적이고 원만하게 일처리하는 성격"

가끔씩 재미있는 드라마를 보다 보면 '도대체 저 드라마의 대본을 쓰는 작가는 어떤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한다.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몇 달 이상 안방극장에서 방영되는 장편 드라마의 시나리오는 말 그대로 어마어마할 것이다. 게다가 쓰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시청자들의 관심과 흥미까지 유발해야 하니, 상당히 고차원적이면서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작업이 아닐까 한다.

창작으로 인한 스트레스의 가장 큰 원인은, 작업 때마다 바늘에 실 가듯이 따라오는 '창작의 고통'이 찾아올 때일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화가든, 글을 쓰는 작가든, 곡을 만드는 작곡가든 창작의 고통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필자는 A4용지 1장 분량의 글을 쓰는 데만 해도 몇 시간을 끙끙대는데, 그런 필자의 입장에서는 수백 페이지 분량의 소설을 쓰거나, 매일 신선한 글을 써내는 작가들의 필력이 그저 부럽게만 느껴진다.

어떻게 창작을 할 것인지도 중요하지만, 어떤 작품을 만들어냈는지는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다. 좋은 글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고, 심지어는 삶에 있어 중요한 지침이 되는 메시지를 던져 주기 때문이다. 전 국회의원인 김한길 씨의 글이 그렇다. 그의 글들을 보면 쉽게 읽히면서도 독자들의 가슴에 큰 울림을 준다. 자극적인 탄산음료가 아무리 달고 시원해도 결국 몸에 좋은 것은 수수하고도 깊은맛을 가진 차(茶)이듯이, 단순하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오늘날의 사회에서 그의 글은 깊고 은은한 향을 가진 한잔의 차와도 같다.

김한길은 1953년 9월 17일 일본 도쿄에서 출생하였다. 일곱 살이 되던 해에 한국으로 건너온 그는 건국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였고, 서울 중앙여고에서 잠시 교편을 잡기도 하였다. 1981년 그의 소설 '바람과 박제'가 그에게 소설 부문 신인상을 안겨주면서 문학인으로 등단, 1996년에는 정계에 진출하여 15대 국회의원으로 선출되었고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그 외에도 칼럼니스트, 방송인으로도 활동한 그의 글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신뢰가 담겨져 있다.

지금에는 표현방법을 달리하지만 옛날의 역술인들은 막사주가 좋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막사주란, 무엇을 해도 다 잘할 수 있는 사람의 사주(四柱)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한 사주 중에 하나가 재, 관, 인수격인 사주이다. 사주는 한 사람의 타고난 선천운이라 했다. 바꿀 수 없는 운명이란 뜻이다. 그 운(運)에 풍족한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재물이 있고, 품행이 단정하여 명예와 신용이 있어 남들에게 발탁되는 관운과, 남다른 지혜와 학문으로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인수가 있는 사주를 최상의 사주라 했다.

작명에서도 마찬가지다. 다양한 경력을 지닌 김한길, 그의 부르는 이름은 재(財), 관(官), 인수(印綬)격인 이름이다. 이러한 이름들은 기업인이나 정치인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이름인데, 모든 일을 합리적으로 원만하게 처리하며, 자산이 풍부하고 군자 대인의 특성을 보이는 성격의 이름이다. 장관과 국회의원을 지낸 그의 이름에 재, 관, 인수가 있지만 관성(官星)이 이름의 종성(終聲)에 위치해 그 힘이 조금 약한 듯하여, 많은 사람들을 다스리고 지배하는 성격이 강력하지는 못하다. 그러나 인수와 상생(相生)하는 데는 무리가 없어 그 성격이 따뜻하고 생애가 안락한 좋은 삶을 사는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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