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대형마트 규제 반대론자는 자본주의 공부 다시 하라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의 '수박 경제' 발언에 중소상인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대형마트의 영업 규제에 대해 "한국 경제는 '수박 경제' 같다"며 "겉은 시장경제를 유지하지만 안을 잘라보면 빨갛다"고 했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를 사회주의 정책이라고 은유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 무지의 소치다.

유사 이래 자본주의만큼 인류에게 부와 번영을 가져다준 경제 체제도 없다. 그러나 지금 자본주의는 '1대 99'라는 말이 상징하듯 빈부 격차 확대로 극심한 기능 장애를 앓고 있다. 이를 개선하지 못하면 자본주의의 미래는 없을지 모른다. 그래서 '영업의 자유'만큼이나 중요한 가치가 되고 있는 것이 '경제 민주화'다. 경제 민주화란 바로 강자의 약탈로부터 약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것이 없는 자본주의는 승자 독식의 '정글 경제'일 뿐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는 바로 경제 민주화를 이루기 위한 방편의 하나다. 이는 공산주의나 사회주의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대형마트의 일요일 영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영국, 대규모 소매점 개설 시 중소상인 대표자가 참여하는 지역상업시설위원회(CDEC)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는 프랑스가 사회주의 국가인가. 아예 주거 지역과 촌락 지역, 산업 지구 등에는 대규모 소매점 개설을 금지하고 있는 독일의 경제 체제는 사회주의인가 자본주의인가.

이 회장 등 대형마트 영업 규제 반대론자들은 자본주의가 생명을 이어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공존(共存)과 공영(共榮)이다. 중소 자영업자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에 밀려 몰락하고 있는 현실을 그대로 두는 것은 자본주의의 앞날을 위협하는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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