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권은 손도 못대고…현역교체, 대구가 희생양

서울 공천 물갈이 부진에 인적쇄신 타깃으로 삼아

주말 2차 발표를 앞둔 새누리당 공천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대구=희생타' 이야기가 급속히 번지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구를 현역의원 물갈이의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공천위) 주변에서는 당초 대구지역에서 전체 12명 현역의원 중에서 50%인 6명(불출마 의원 포함) 정도 교체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 있었다. 그러나 서울 수도권 등에서의 물갈이가 지지부진해지자 대구지역 의원들을 대거 교체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심지어 3선 이상 현역 의원을 모두 교체하고 초'재선 3, 4명만 남기는 안이 나오고 구체적인 명단까지 나돌고 있다.

관계기사 4'5면

공천위가 '대구에서는 누구를 내세워도 쉽게 당선된다'는 인식 아래 대대적인 인적쇄신으로 대구를 표적으로 삼겠다는 발상이다.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새누리당의 인적 교체율을 올리기 위한 희생양이 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서울에서 보기에 '대구는 아무나 깃발을 꽂아도 다 되는' 곳이라는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그러나 공천위 내는 물론이고 당 안팎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의 공천을 주도하고 있는 인사들이 서울 수도권에서는 자신이 없으니까 현역의원 교체에 손을 못 대면서 국민들의 시선을 대구로 돌려 '구색 갖추기'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대구를 표적으로 한 물갈이론을 일부 지역 친박계 핵심인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소문도 흘러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새누리당 주변에서는 한 친박계 핵심의원이 "경북은 대부분 농촌 지역인데다 지역이 넓어 신인을 내세워선 단기간에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며 "대구는 새누리당 간판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게 가능한 만큼 물갈이 폭이 넓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이 같은 대구 현역 국회의원 대폭 교체는 지역 정치권의 정치력 약화로 이어지면서 남부권신공 항 건설 등의 대형 국책사업 추진과 지역예산 확보 등에서 심각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강하게 일고 있다. 그래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통한 다선 의원 부재 내지 부족현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이와 관련, 대구지역의 한 의원은 "영남, 특히 대구가 새누리당의 물갈이 실적을 채워주는 곳으로 간주되는 것은 자존심의 문제이자 정의에 어긋나는 것"이라며 "왜 우리(대구경북)가 희생되어야 하는가"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국민의 외면을 받고 있는 이 정부의 실패한 국정운영에 참여한 책임이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수도권 인사들"이라며 "(이들이) 엉뚱하게도 화살을 대구로 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민심이 요동치고 있는 부산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각별하게 신경을 쓰고 있는 눈치다. 3선의 친박계 서병수 의원이 1차에서 공천을 받는 등 3, 4선 중진 여럿이 재공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선 위주로 재편성될 위기에 처한 대구와 달리 부산 정치권은 초'재선과 중진을 고루 갖춘 안정적인 구도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국회의원 숫자에서도 12명 대 18명으로 머릿수가 부족한데 정치력마저 열세여서 19대 국회에서도 대구와 부산의 정치적 대결이 벌어지면 대구의 열세는 이미 예약돼 있다는 말이 많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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