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범죄와의 전쟁'이어 '러브픽션' 흥행 몰이 중인 배우 하정우

충무로가 반한 이 남자 "살아 있네"

요즘 충무로의 모든 시나리오가 배우 하정우(34)를 통한다는 말이 돈다. 그만큼 그를 거치고 간 작품이 한 해만 10여 편이 넘는다는 말이다.

이 남자, 참 바쁘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나쁜남자 전성시대'(감독 윤종빈)로 360만 명이라는 흥행 지점을 찍고 400만 명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어느새 '러브픽션'(감독 전계수)으로 또 다른 관객들을 타깃으로 삼았다.

"배우가 영화를 찍는 건 당연하죠. 그것을 통해서 살아있다는 걸 느끼거든요. 중간에 쉬고 싶을 때도 있지만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이잖아요. 물론 할 수 없는 것을 억지로 하진 않아요. '미쳐서 일만 하는 건 아닌가?'라고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건 아니에요."(웃음)

그렇게 바빠 보이는데 아무렇지 않은 듯 '쿨'한 반응이다. 최근 들어 영화가 연달아 개봉해서 단번에 많은 작품을 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란다. 틈틈이 여행하고 휴식을 취할 정도의 여유는 있다며 웃는다.

'러브 픽션'은 이상형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연애담을 독특하게 담아낸 로맨틱 코미디 영화. 희진(공효진)을 보고 한눈에 반한 소설가 구주월(하정우)의 러브 스토리가 핵심이다.

영화는 5년 전 제작을 시작했다. 하지만 제작이 중단되고, 엎어질 위기가 여러 번 있었다. 투자 문제도 있었고, 결정적 장면인 문제의 베드신을 감당할 여배우를 구하기가 어렵기도 했다. "미국 알래스카에서는 겨드랑이 털을 안 자른다"며 수북한 털을 자랑(?)해야 할 희진을 카메라에 담아야 하기 때문이었다.

난제를 푼 건 공효진이었다. 영화는 하정우도 코믹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동시에, 공효진의 '겨털' 영화가 됐다. 중요한 이 역할을 공효진에게 제안한 건 하정우였다.

"그 신을 사랑스럽게 소화해줄 수 있는 이가 누구인지 떠올렸을 때 공효진이 기가 막히게 잘할 것 같았어요. 영화 '미쓰 홍당무' 영향이 컸죠. 안면홍조증 캐릭터를 '어쩜 저렇게 사랑스럽게 만들 수 있을까' 했거든요. '그것도 했는데 겨털 하나 극복 못 하겠어?'라는 생각이었죠. 효진이는 캐릭터를 받아들이고 사랑스럽게 만드는 능력이 굉장한 것 같아요. 이번에도 확인했죠."(웃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공효진 겨털'이 엄청난 관심을 받고 있다. '충격적'이라는 표현도 있다. "영화 속 인물일 뿐이잖아요. 공효진이 이번에 '겨털녀' 연기를 너무 잘했기 때문에 광고를 못 찍겠어요, 시집을 못가겠어요? 허구잖아요. 모두 분장일 뿐이에요. 공효진과 희진을 잘 분리해서 얘기를 해주면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아요. 단순히 희진의 겨털을 얘기하자는 것일 뿐이죠. 그런 의미에서 우리 영화에서 겨털이 대표가 돼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웃음)

하정우는 "한번은 좋은 꿈을 꾼 것을 효진이에게 전화해서 말한 적이 있다"며 "복 달아날 것 같아서 뭐라고 자세하게 얘기하진 못했지만 '범죄와의 전쟁'은 (최)민식 형님 덕을 보고 '러브 픽션'은 네 덕, 겨털 덕을 볼 것 같다고 했다"며 웃었다.

'범죄와의 전쟁'에 이어 '러브 픽션'도 당연히 흥행을 기대하는 눈치다. 물론, 관객의 반응은 뚜껑을 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그는 "동료들과 피와 살을 나눴던 작품이 관객들에게 관심을 받고 사랑을 받는 것만큼 기분 좋은 건 없는 것 같다"며 "그것을 통해서 에너지도 얻고, 다음 작품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충전을 하기도 한다. '범죄와의 전쟁'이 잘돼서 신난다"고 활짝 웃었다.

'러브 픽션'을 충분히 코믹하고 재밌게 찍었다는 그에게 또 다른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기다리고 있다. 바로 류승완 감독의 프로젝트 '베를린'이다. 남한에 침투한 북한 조직원이 북한에서 버림받으면서 벌어지는 일을 담을 영화는 3월 26일부터 한국 촬영을 시작으로 베를린과 라트비아를 오갈 예정이다.

하정우는 "좋은 배우들이 정말 많이 참여한다"며 "'뿌리깊은 나무' 이후 이 작품을 선택한 한석규 형님, 국내 활동에 복귀한 전지현, 더 말이 필요 없는 류승범, 류승완 감독 등이 이뤄내는 시너지 효과가 어떨지 궁금하다"고 기대했다. 이어 "독일어 대사와 북한 사투리, 액션 장면 등도 선보여야 해서 연습을 많이 하고 있다"며 "류 감독을 비롯해 전부 처음 호흡을 맞추는 분들인데 스크린에 어떻게 비칠지 벌써부터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시대가 '꽃미남' 배우보다 굵직하고 섬세한 연기를 펼치는 배우들을 선호하는 것 같다고 하자 하정우는 자신에게 '꽃미남'이든 '풀미남'이든 어떤 말을 해도 마음이 동요되지 않는다고 했다. "저는 연기적인 면에서 제가 그 캐릭터를 잘 소화했느냐, 아니냐가 주된 관심이거든요. 또 제 영화가 재밌느냐, 안 재밌느냐가 중요해요."

TV 드라마 주인공 제안도 수편 들어온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의 마음을 움직일 만한 작품이 없었다. 그런 작품이 있다면 하겠지만 2007년 드라마 '히트' 이후 안방극장에 나설 만한 드라마가 없었단다. 연예오락 프로그램에 대한 욕심도 있을 법한데 2009년 8월 MBC TV '황금어장-무릎팍도사' 출연 이후 없다. '히트'에 나온 고현정과의 친분으로 SBS '고현정쇼'에 출연할 수도 있으나, "아직 확실히는 모르겠다"며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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