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1-학부형 되기를 기다리며
아침에 서서히 올라오는 해를 보니 아이가 배시시 웃는 것만 같다. 햇병아리 모이 찾아 나서는 길, 3월이면 아이도 그 길을 나설 것이다. 노란 모자 쓴 뽀로로 가방을 메고 어둠을 몰아내고 앞뜰을 환히 밝힌 해는 어느덧 중천으로 올라서서 제 그림자 밟아 보도록 한다. 밟고 서니 마흔이다. 느리게 아주 느리게 성숙되어가는 것은 아이가 크는 만큼 늙어가는 것. 못내 아쉬운 해도 뉘엿뉘엿 꾸물대는데 몇 번이나 가방을 멨다가 내려놓았다가 필통에 연필을 가지런히 넣고 신발주머니를 빙빙 돌리는 아이는 몇 밤을 자면 학교 가는지 손꼽아 기다리는데. 아빠는 눈 빠지게 기다려진단다. 아들아! 입학식 날, 도랑 건너고 산모퉁이 돌아 아빠 손 꼭 잡고 앞으로 뒤로 흔들면서 처음으로 세상 사는 얘기 들려주신 할아버지가 그러하였듯이 이 아빠도 그렇게 해보고 싶구나! "남자는 말이야~" 처음으로 진지한 대화를 시작한 날이 그날이었단다.
문성권(대구 수성구 지산동)
♥수필 #2-여고 졸업식
오늘은 딸아이의 여고 졸업식 날이다. 일찌감치 집을 나서 찾아간 학교는 이미 차량의 행렬로 길게 이어져 있었으며 수공예품처럼 만든 꽃다발을 파는 사람들과 졸업을 축하 하러온 가족들로 붐비고 있었다.
하양여고 강당에 애국가가 울려 퍼지고, 교장선생님의 축사에 이어 마침내 성적 우수자등 에 대한 시상이 이어 졌을 때는 의례적인 박수 소리만 들릴 줄 알았는데 여학생들은 상을 받기 위해 단상에 오르는 친구들의 이름을 연호하며 열렬히 축하를 해 주었다. 마치 인기 많은 연예인이 등장한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 순간을 기점으로 엄숙했던 졸업식장은 환영식장으로 바뀌었다. 방문한 분들의 길고긴 축사에도 여학생들은 아낌없는 박수로 환영하고 환호하며 흐뭇한 축제장으로 만들었다. 여학생들의 깜찍한 감성이라니!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함께 부른 졸업식 노래의 선율이 울려 퍼졌을 때는 더러는 눈물을 훔치기도 하며 졸업식은 다 끝났다.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은 담임선생님으로부터 한 명 한 명 졸업장을 받으며 못내 아쉬운 작별의 시간을 모두의 손에 든 카메라로 기록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문득 카메라 앞에서 최고의 예쁜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 아이들의 얼굴이 내 눈에 오래 머문다. 모두 내 아이처럼 어여쁘다.
이 시간 이곳에 있었던 아이들은 모두 세상의 길목마다에서 문득문득 여고시절을 추억하며 마음이 풍요로워지겠지. 그리고 졸업과 함께 또 다른 출발과 새로운 인연들을 만들어 어엿하게 자리매김하기를 기원해본다.
장분남(경산시 진량읍 부기리)
♥시 #1-문양의 봄
문양 넓은 들녘 푼푼한 이월 햇살
이우는 가슴속도 팝콘 튀는 향기 날고
연초록 이른 언저리 꽁꽁 언 강을 푼다.
새하얀 얼음장 밑 재잘 이는 봄물 전설
갯버들 움 튀우려 물 잣느라 부산하고
버들치 강물 깊숙이 용궁인양 즐겁다.
거뭇한 벚꽃 가지 여린 촉수 밀어낼 듯
봉솟이 마음 열어 겨운 옛 꿈 헤적이고
속울음 삭인 연륜은 절망도 쏟아 비워낸다.
조정향(대구 중구 대봉1동)
♥시 #2-봄이 오는
남쪽 길모퉁이에 앉아
봄이 오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본다.
새벽녘 닭 울음 같은
봄이 오는 소리 들리면
지쳐 잠든
내 영혼을 깨워
슬프고도 아름다운 날개 하나
달 수 있을까?
산모의 신음 같은
봄이 오는 소리 들리면
세상의 온갖 것들을 버무려
엄숙하고도 아픈
생명의 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을까?
밝고 맑은
아이들의 웃음 같은
봄이 오는 소리 들으며
나는 꿈을 꾼다.
최순단(대구 수성구 동원로)
♥시 #3-농심
죈 종일 둔덕이진 이랑을 헤집다가
이골나 지친 영혼 겨워서 천근만근
찌든 해 명줄만큼의 서산녘에 걸렸네
외가닥 굽은 허리 연거푸 토닥이며
언제 다 바심할고 푸념을 토해내니
농군 네 가년스런 삶 손빔 없이 분줍네
이문학(봉화군 봉화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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