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여기 미나리 추가요!"
(주인) "죄송한데, 복(생선)을 더 드리면 안 될까요?"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2월 중순 여의도 인근 복 매운탕 집에서 들려온 말이다. 공짜인 미나리 추가를 원하는 손님들의 주문이 들려올 때 마다 주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단다. 지난해 대비 두 배 이상 오른 미나리 가격 때문이다.
돼지국밥 집도 마찬가지다. 지난해와 비교해 3배 이상 오른 청양고추 때문에 된장에 찍어 먹는 '땡초'를 손님상에 퍼 담는 주인의 손길이 여간 조심스런 게 아니다.
채소 값이 오르자 집 베란다 등에 텃밭을 꾸며 채소를 길러 먹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인터넷 오픈마켓 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14일까지 화분과 분갈이 흙, 분무기 등 원예용품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늘었다. 특히 1천원대에 살 수 있는 채소 씨앗의 판매량은 작년보다 4배 가까이 늘었다. 베란다에 심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 블루베리 등 작은 과일나무(유실수) 묘목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45%증가했다. 옥션에 따르면 "한파로 채소와 과일 등 농산물 가격이 치솟았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이 저렴한 씨앗과 재배 기구를 구매해 직접 길러 먹으며 '식탁 물가'를 낮추려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씨앗 가운데 인기 품목은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풋고추와 상추 등 '쌈채소', 비빔밥이나 샐러드에 많이 사용되는 새싹 채소, 재배가 간편한 콩나물과 느타리버섯 등이다.
화분과 흙, 거름 등을 묶어서 파는 '베란다 텃밭세트', 여러 채소를 한꺼번에 재배할 수 있는 '수경재배기' 등 초보자가 채소를 손쉽게 재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용품의 수요도 오르고 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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