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없던 한파(寒波) 속에 시장 경기도 꽁꽁 얼었다. 자동차 등 내수(內需)를 떠받치던 상품들의 몰락 현상이 속출했고, 고유가 시대 속에 불 때는 것은 다 올랐다. 주가도 곤두박질 쳐 서민들은 늘어나는 대출만큼이나 주름살만 깊이 패이고 있다.
올 들어 가장 큰 특징은 내수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성장률을 유지하며 내수 경기를 지탱해주던 자동차'백화점'아웃도어 등 '내수 트로이카'조차 몰락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로벌 금융 위기가 진정된 이후인 2010년부터 매출 신장세가 두드러지던 백화점은 올 들어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정부가 발표한 대형 백화점 3사 1월 매출은 지난해 1월 대비 4.1% 줄었다. 백화점은 지난해 11월(-0.5%)을 제외하고는 1년 내내 매출이 준 적이 없었다.
현대차'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완성차 5개사의 1월 내수 판매 실적도 놀라울 정도로 줄었다. 1월 국내 판매 9만6천448대는 지난해 12월(12만9천497대) 대비 25.5%, 지난해 같은 달(12만577대) 대비 무려 20%나 감소한 수치다. 특히 지난해 6~7월 22%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며 잘나가던 현대차의 매출이 1월 -18.5%를 기록하며 업계 1위 명성에 금이 가고 있다.
지난 2~3년 간 매년 폭발적인 성장을 계속하던 아웃도어는 매출 감소 때문에 백화점 등에서 대대적 할인 행사를 벌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해 없어서 못 팔았던 아웃도어 업체들이 올해 생산량을 크게 늘렸지만 매출 신장은 거의 없어 재고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위축된 내수 때문에 주식시장도 냉기가 감돈다. 특히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란과 서방 국가 간 갈등으로 유가 강세현상을 보이자 항공'해운주 등이 직격탄을 맞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가 고유가 기조가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급등하면 원재료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체 주가에 좋지 않고,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가중되며 주식 시장 전반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월 한파가 서민 경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것은 장바구니물가를 올렸기 때문이다.
기름 값이 오른 데다 2월 한파가 계속돼 온실 난방비가 상승한 탓이다.
실제로 지난달 시금치(4㎏ 상자)의 도매가격은 1만8천591원으로 작년 1만여 원에 비해 70% 이상 올랐고, 양상추(8㎏ 상자)는 이날 2만4천원에 거래돼 작년보다 55%가 올랐다. 브로콜리(8㎏ 상자)도 3만2천원으로 84%가 뛰었다.
꽃값도 뛰었다. 지난달은 '밸런타인데이'(2월 14일)와 졸업식이 몰려 있어 '꽃 특수' 시즌이나 올해는 특수란 말이 무색해졌다. 밸런타인데이에 가장 인기 높은 분홍색 장미(아쿠아 품종)는 지난달 15일 1속(10송이) 도매가격이 7천900원으로 1년 전보다 배로 뛰었고, 화사한 색과 향기로 졸업식 인기 품종인 프리지아도 1속에 1천350원에 팔려 작년보다 50% 이상 올랐다. 이 때문에 한 대형 꽃판매'배달 업체는 작년 2월에 비해 판매량이 30% 이상 줄었다.
이 같은 경기 불황 속에서 서민들의 대책이라고는 빚을 내는 것 이외에 마땅한 묘안이 없어 보인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 대출 용도가 주로 생활자금이라는 통계가 공개됐는데,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대출 만기 연장 가구의 3분의 1이 생활자금 조달 때문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식료품 등을 중심으로 물가가 오르자 저소득층은 생활비 부담을 느끼고 생활자금 대출 수요를 더욱 늘렸다. 하지만 대출을 신청한 가구 가운데 22%는 신청 자금 중 일부만 대출 받았고 6%는 아예 받지도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은행 대출로 충분한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 중 절반은 제2금융권과 사채 등을 통해 융통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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