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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85세에 학사모, 영주 권춘식 옹 방송대 졸업

2012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 졸업생으로 눈길을 끈 권춘식(가운데) 옹.
2012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위수여식에서 최고령 졸업생으로 눈길을 끈 권춘식(가운데) 옹.

지난달 22일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2012학년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위수여식'이 거행됐다. 많은 졸업생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졸업생이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모습으로 졸업식장에 앉아 있는 권춘식(85'경북 영주시 원리) 옹이 그 주인공이다.

권 씨는 1997년에 입학(문화교양학과)해 평점 4.3 만점에 2.5의 성적으로 5년 만에 졸업(문학사)했다. 권 씨가 방송대에 입학하게 된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76세의 고령임에도 고향 친구와 둘이서 해외 배낭여행을 가게 된 것. 9박 10일간의 일본 여행은 권 씨에게 새로운 도전에 용기를 부여하는 계기가 되었다. 여행을 다녀 온 후 운전면허 필기시험 교재를 구입, 독학으로 공부한 후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했다. 운전면허 시험 합격에 자신감을 얻은 권 씨는 그동안 가슴 속에만 간직했던 학업에 대한 도전을 결심하고 고입 검정고시를 준비한다.

학력이라고는 60여 년 전에 다녔던 보통학교 과정이 전부였다. 영어 과목은 평생 한 번도 배운 적이 없어 부담이 되었지만 학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극복했다. 영주 YMCA 야간 학습과 EBS 강좌로 공부하면서 전국 최고령자로 고입검정고시에 당당하게 합격했다.

하지만 대학 졸업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고입검정고시 원서 접수에는 초등학교 졸업확인서가 필요한데 일제시대 창씨개명 정책으로 보통학교 입학 당시의 '미하라' 이름으로 된 학적부를 교육청에서는 선례가 없어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더구나 1928년생이 고입검정고시 원서를 접수한 적도 없고 일본식 이름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없었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창고 깊숙이 보관되어 있던 일제 때의 호적 초본을 첨부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야 겨우 원서를 접수할 수 있었다.

2007년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입학한 권 씨는공부를 시작하면서 술, 담배, 바둑, 장기 등을 끊었다. "하루 4, 5시간씩 인터넷으로 강의를 듣고 출석해서 들어야 하는 수업도 많았기 때문에 공부할 시간도 부족했어. 쉽지 않았지만 공부하는 재미에 어려운지도 몰랐지."

졸업논문(순흥부 단종 복위사건에 관한 연구)이 우수작으로 선정돼 많은 학우들 앞에서 직접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4년 동안 영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 30분 소요되는 거리를 '애마' 모닝을 직접 운전하며 출석, 수업을 받아 많은 학생들의 귀감이 되었다.

권 씨의 학업에 대한 열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문과 동양철학에 관심이 많았던 권 씨는 경북지역의 대학원(한문학과)에 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 탈락했다.

"한 번의 도전 실패에 좌절할 것 같았으면 도전하지도 않았어. 다음 학기에 다시 도전할 생각이야."

글'사진 정용백 시민기자 dragon102j@korea.com

멘토: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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