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천태풍… 경북은 무풍지대

새누리당 공천작업이 가속도를 내면서 정치권 전체의 시선이 온통 대구에 쏠려 있다. 숫자로 보면 '공천학살'이라고 할 만하다.

대구가 이렇게 공천탈락의 소용돌이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반면 경북은 포화를 피해가는 듯하다. 물론 아직 공천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경북 역시 자유롭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가 정상수준 이상으로 집중적으로 인적 교체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많다.

그 때문에 경북 국회의원들의 성적표가 대구보다 좋아서 상대적으로 교체율이 낮은가 하는 의문과 이의 제기가 많다.

그래서 대구지역 의원들이 경북지역에서 맞을 매까지 한꺼번에 맞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심지어는 대구가 새누리당의 대표적인 텃밭이자 근거지라는 점에서 새누리당 지도부가 '만만한' 대구를 표적 삼아 현역 국회의원들을 최대한 바꿔서 인적교체율을 높이려고 한다는 분석도 있다. 그 덕분에 지역발전 기여도나 의정활동 성적에서도 대구보다 오히려 낮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의원들도 지역구가 농촌이라는 이유로, 복합선거구라는 이유로 물갈이 포화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대구지역 의원실 주변에서는 "대구와 경북의 현역 국회의원들을 비교할 때 결코 대구가 교체 이유가 더 많고 경북은 상대적으로 성적이 좋아 안정적인 것도 아닌데"라며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대구가 대구경북을, 더 나아가 영남권을 '대표해서' 집중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영남권의 다른 지역은 한 숨을 돌리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대구만 너무 당한다"는 하소연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대구의 국회의원은 경북과 마찬가지로 전원 새누리당 소속이다. 대구에서는 기초단체장도 모두 새누리당 소속이다. 일부에서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알력이 빚어지기도 하지만 비교적 당정협조는 무난한 편이다.

반면 경북은 상황이 다르다. 기초단체장 가운데 무소속도 적지 않다. 국회의원들이 공천한 후보가 선거에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역 여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공천을 잘못한 탓이다.

영주와 상주의 시장이 무소속이고 문경시는 얼마 전까지 무소속으로 있다 총선에 출마했다. 칠곡군수 역시 무소속이었지만 지난해 가을 보궐선거를 거쳐 새누리당 소속을 선출했다. 다른 곳에서도 당적은 같지만 국회의원과 단체장 사이의 이견을 넘어서는 갈등 사례는 많다.

상황이 이 정도까지 가면 국회의원과 단체장의 협력은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자연스레 나온다. 이런 지역 국회의원들의 지역 관리가 제대로 될 리는 없다.

지방의원의 정당별 분포 역시 대구와 비교할 때 경북이 새누리당 장악력이 떨어진다. 새누리당 입장에서 보면 당 소속 후보, 즉 당 공천자 당선율에서 대구보다 낮은 것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지역에 대한 밀착도 내지 장악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공천 잣대에서 지역구 관리 점수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할 때 경북에서도 낙제점을 받을 의원들은 적지 않다. 하지만 현실은 대구는 사실상 초토화되는 반면 경북은 상대적으로 평온하다.

한 정치평론가는 대구와 경북의 희비가 엇갈리는 현상과 관련해, "'누구라도 새누리당 깃발만 꽂으면 된다'는 믿음의 강도가 경북보다는 대구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 믿음 때문에 대구 의원들이 상대적으로 더 심하게 홍역을 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계기사 3'4'5면

이동관 정치부장 jiny@ms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