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조화의 정치

소설 삼국지에 나오는 적벽대전은 시간과 장소에서부터 전쟁의 성격과 내용, 규모 등 여러 면에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견이 많다. 저자 나관중이 지어낸 이야기일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소설 속 적벽대전은 흥미진진하다. 그중에서도 주유의 반간계는 일품이다. 장강을 마주하고 대치하던 주유는 조조의 수채를 살핀 후 걱정이 앞섰다. 수전에 약할 것이라 여겼던 조조의 진영이 만만치 않았던 것이다. 수전에 능한 채모 장윤 두 장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조조의 세객으로 동문수학한 장간이 주유를 찾아온다. 주유는 장간을 이용키로 하고 두 장수가 자신에게 보낸 것으로 꾸민 거짓 편지와 거짓 정보를 흘린다. 장간의 잘못된 보고를 받은 조조는 별 생각 없이 두 장수를 스스로 죽이고 만다. 두 장수의 떨어진 목을 보고서야 조조는 자신의 경솔한 결정을 알아차렸지만 이미 저질러진 일이었다. 결과 소설 속의 조조는 수많은 배를 불태우고 참패를 당한 뒤 구사일생으로 달아난다.

잘못된 정보로 상대를 무너지게 만드는 계책으로 주유의 반간계는 회자된다. 정보의 중요성을 일깨워줌은 물론 잘못된 정보를 무턱대고 믿다간 자신을 망칠 수도 있다는 점을 일러준다. 남의 말에 덩달아 맞장구를 치면 낭패를 당한다는 교훈도 준다. 정보의 가치는 앞뒤를 살펴 냉정하게 판단하고 결정할 때 빛이 난다.

새누리당이 주말쯤 대구 지역 공천 후보를 발표할 모양이다. 물갈이 싹쓸이에 몰살이라는 섬뜩한 말까지 나돈다. 대구에서는 초'재선 두 명 정도만 살아남는다는 예상도 나온다. 우리 정치의 쇄신과 변화가 화두가 된 이후 대구의 상당수 유권자들도 이 판에 다 바꿔야 한다는 말들을 한다. 국민들을 외면한 정치에 대한 불신과 반감의 표현으로 나이 많은 다선 의원들이 주 타깃이 됐다. 이미 대구경북에서는 다선 의원 몇몇이 불출마 선언을 했다.

이상이 없으면 정치는 발전할 수 없다. 그러나 이상만으로 되는 일도 아니다. 정치의 요체는 현실의 조화다. 국회의원은 제각각 헌법기관이다. 법적으로는 초선이거나 다선이거나 똑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국회도 사람 사는 이치가 통하는 곳이다. 선수가 많으면 어른 대접을 받고 말발도 세진다. 대구의 내일을 위해서는 신진만큼이나 중진도 아쉽다.

서영관 논설주간 seo123@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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