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영화] EBS 세계의 명화 '델마와 루이스' 3일 오후 11시

웨이트리스 루이스(수잔 서랜든 분)와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 분)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다. 루이스는 반복되는 일상에 완전히 지쳐버린 상태이고 델마는 자신을 억압하는 가부장적인 남편 때문에 외출조차 마음대로 못하는 처지. 어느 날 둘은 별장에서 하루 지내기로 하고 신나게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고속도로변 휴게실에 차를 세우면서 두 사람의 운명은 완전히 달라진다. 늘 자신을 억압하던 남편으로부터의 해방됐다는 생각에 델마는 낯선 남자와 춤을 추게 되고, 이 남자는 술에 취한 델마를 주차장에서 강간하려 든다. 걱정스런 마음에 델마를 찾아 나선 루이스는 우발적으로 총을 쏴서 남자를 살해한다.

잠시 고민에 빠진 두 여인. 하지만 이내 도망치기로 결심하고 이때부터 두 사람의 암울한 탈주극이 시작된다. 둘은 멕시코로 빠져나갈 계획을 세우지만 매번 일은 꼬이기만 한다. 루이스의 연인이었던 지미(마이클 매드슨)의 도움으로 어렵게 마련한 탈출자금은 델마와 눈이 맞아 그녀와 하룻밤을 지낸 제이디(브래드 피트 분)에게 도둑맞은 것. 결국 델마는 무장 강도로 돌변하기에 이르고 둘은 살인혐의에 강도혐의까지 추가되어 경찰의 대대적인 추격을 받게 된다.

유일하게 둘의 처지를 이해하는 사람은 아이러니하게도 둘을 추격하는 형사 할 슬로컴브(하비 케이틀 분)이다. 그는 두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애쓰지만 델마와 루이스에게 경찰은 경찰일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자신들의 차량을 멈춰 세운 경찰을 총으로 위협해서 트렁크에 가둬버리고 트럭을 몰며 성적인 농담을 지껄이는 트럭운전기사의 트럭을 폭파시켜버리기에 이르는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감당해야 할 고통, 특히 그 고통이 남성의 성적인 폭력으로 인한 것이라면 그 고통이 얼마나 참담한 것일까. 이 영화는 로드 무비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으며 요소요소에 배치된 페미니즘적인 요소들로 인해 페미니즘 영화의 아이콘이 되었다.

1991년 리들리 스콧 감독이 발표한 작품이다. 같은 해 칸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90년대 로드무비의 전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는 평가와 함께 폭력과 긴장감의 미학, 색조의 완성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차를 타고 이동하는 델마와 루이스를 담아낸 영상에는 그녀들의 '자유'를 상징하는 광활한 자영풍광이 눈부시게 아름답게 담겨있고 적절하게 사용된 사운드트랙은 관객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경찰의 추격을 받다 차를 몰고 절벽 아래로 추락하는 두 여인의 모습은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 명장면이다. 러닝타임 120분.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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