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배운 고조선은 가짜다/김운회 지음/ 역사의 아침 펴냄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비제도권 사학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저자가 현존하는 역사 기록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사례들을 확인하고 분석함으로써 고조선의 실체 규명을 시도했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후 동양대 경영관광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특이한(?) 이력에도 불구하고, 고대사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중국의 동북공정 때문이었다. '역사의 상실은 민족의 소멸'이라는 절박한 문제의식 탓이다.
저자가 밝힌 고조선의 역사는 길다. 은나라에서 이주한 사람들과 숙신, 북방의 맥.동호 등을 기반으로 형성된 고조선은 기원전 7세기에는 발조선으로 불리며 중국의 춘추 5패국 같은 제후국 형태를 유지했다. 한 때 연나라의 침공으로 요하 동쪽까지 밀리기도 했지만, 연나라 멸망 후에는 중국을 통일한 진나라와 국경을 맞대며 화평을 유지했다. 기원전 2세기쯤에는 한나라와 흉노의 세력 관계를 적절히 이용하면서 번영하기도 했다. 그러나 흉노의 세력이 약화되던 기원전 2세기 말 한나라의 침공으로 오랜 역사의 막을 내렸다.
고조선의 후예들은 고구려 건국의 중추가 되었고, 또 한 갈래는 선비나 오환으로 불리며 옛 고조선 북부지역에서 할거했다. 이 고조선 후예들은 4세기 선비족에서 분화된 모용씨 이후 중국 대륙으로 남하하기 시작했다. 중국 대륙의 대부분 비 한족왕조는 고조선 후예들이 건설했지만, 자신들의 뿌리인 고조선의 고유성을 상실했다.
고조선의 고유성은 고구려의 뒤를 이은 고려, 그리고 선비와 오환의 후예인 거란(요), 금, 청 등에 의해 미약하게 유지됐다. 흥미진진한 고조선 이야기 속으로 빠져보자. 280쪽, 1만4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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