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주목 이책!]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

당신을 위한 국가는 없다/박노자 지음/한겨레출판 펴냄

정권이 바뀌어도 민중의 삶과 연결된 경제'사회 정책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저자는 이것을 외환위기 이후 15년간 충분히 관찰했다고 말한다. '국가에 대한 거의 무의식적으로 의식화됐다 싶은 믿음'과 '군사주의'는 이미 우리 속살에 밴 일상이 되고 말았다.

저자는 국가가 '합리적 조절자'라는 것은 환상일 뿐이고, 지배계급의 사무총국 역할을 해온 것이 국가라고 지적한다. 막스 베버의 말처럼, 국가란 해당 사회의 유일한 합법적 폭력기구라는 것. 국가 폭력이야말로 국가의 계급적 본질을 여실하게 드러낸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계급관계는 평소엔 잘 보이지 않지만 국가가 폭력 내지 살인을 하는 '비정상적'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쟁은 국가의 폭력성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장이다.

이 책은 국가의 실체와 함께 국가 폭력의 실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불교부터 기독교까지 처음엔 평화주의적 요소가 강했던 세계 종교들이 어떻게 군사주의와 결탁하게 됐는지, 군사적 폭력이 어떻게 문화적으로 낭만화되어 왔는지, '폭력적 남성성'의 패러다임이 어떻게 고정화되어 왔는지가 이 책의 초점이다. 국가 폭력과의 투쟁이 세계사적으로 어떻게 진행되어왔는지도 함께 조감한다.

여러 가지 사회현상과 국가의 대응, 전쟁, 종교 등을 넘나들며 '국가주의'에 대해 집요하게 파헤친 이방인의 시선이 날카롭다.

저자는 러시아 태생의 노르웨이 오슬로대학 한국학 교수다. 2001년 한국으로 귀화한 후 한국 사회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가능하게 하는 날카로운 칼럼들을 지속적으로 써왔다. 탈민족주의적 시각으로 한반도 역사를 새롭게 보는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 312쪽, 1만3천원.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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