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사가 2011년 대기획으로 연재했던 '경북의 혼' 시리즈가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왔다. 이 시리즈의 출발은 경북(대구)의 안타까운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교육청 감사에서 한 정치인의 입을 통해 대구경북을 두고 '수구꼴통'이라는 말이 거침없이 나온 것이다. '꼴통'이라는 저속한 표현의 부적절함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지역의 역사와 전통, 정서가 '수구'(守舊)로 매도당할 만한 것인지에 대한 물음이 시리즈를 구상하는 계기가 됐다.
더군다나 대구경북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매도당하고 폄하당한 것에 대해 지역민들이 기분 나빠하고 흥분하면서도, 정작 논리적 반박은 별로 없었고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노력도 성찰하는 모습도 부족했다. 언제까지 이대로 무력하게 당하고만 있을 것인가?
대구경북을 매도하는 '수구꼴통'이라는 용어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부정하고픈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유통된 측면이 강하다. 그만큼 대구경북은 우리 근'현대사의 중심에 서 있다. 이런 언어적 음해와 음모가 지역의 정치'경제'사회적 침체와 맞물리면서 대구경북 지역민들 속으로까지 시나브로 스며든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경북은 이 나라를 지킨 호국(護國)의 보루(堡壘)였다. 6'25전쟁 당시 낙동강을 비롯해 경북에서 두 달 동안 치러진 치열한 격전을 바탕으로 이 나라는 누란(累卵)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1894년 갑오의병에서부터 1945년 해방에 이르기까지 나라와 백성이 고통받고 신음했던 암울한 시기에 경북은 독립운동의 발상지이자 성지였다. 독립유공자로 포상된 인물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곳이 경북이고, 가장 많은 자결 순국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하다.
영일만의 황량한 바닷모래 바람을 뚫고 포스코라는 세계 굴지의 기업을 세운 곳도 경북이다. 이 철강기업이 없었다면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자동차와 조선, 중공업 산업의 발전도 없었다. 세계적인 전자산업의 메카로 꼽히는 구미를 키워냈고, 동남아, 남미, 아프리카 등지에서 따라 배우려고 애쓰고 있는 새마을운동 역시 경북에서 시작됐다.
경북 전통문화의 근원은 신라정신에 있다. 그런데 이 신라정신조차 왜곡, 폄하, 비하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라의 삼국통일을 외세에 의한 것이라거나, 내전(內戰)이라는 인식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의 민족'이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은 '삼국통일 이후'의 일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터무니없는 모함이다. 신라의 통일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이 온전하게 이루어졌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있는 것이다. 부정할 수 없는 것을 부정하려는 세력과 음모, 정서를 우리 대구경북은 극복해야 한다.
삼국 중 가장 미약했던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풍류와 포용성, 개방성, 국제성에서 나왔다. '긍정적 사고'와 '자신감', 그리고 '우리가 역사의 주인공'이라는 '과감한 실천력'이 대한민국의 근대화와 산업화를 이끌었다. 경북(대구)의 미래도 바로 이 같은 경북의 정신(魂)으로부터 열릴 것이다. 300쪽, 비매품.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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