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군주 조조 난세의 능신 제갈량/윤태옥 지음/ 김영수 감수/역사의 아침 펴냄
E. H. 카는 그의 저서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를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말했다. 현재의 상황과 관점에 따라 역사적 사실마저도 얼마든지 다시 해석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더군다나 역사적 사실과 소설 속 허구가 뒤섞여 있다면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 생각해도 그만일 것 같다. 중국 최고의 역사서이자 전 세계인이 공유하는 문화콘텐츠인 '삼국지'가 바로 이런 경우로 생각된다.
삼국지는 크게 '역사 삼국지'와 '소설 삼국지'로 나눠 볼 수 있다. 1천800년 전의 역사를 사실(史實)로 기록한 진수의 삼국지가 역사 삼국지라면, 여기에 야사와 민간 전설이 추가되고 이야기꾼들의 상상력으로 각색되어 탄생한 나관중의 '삼국지연의'와 모종강의 '소설 삼국지'가 우리에게 훨씬 더 익숙한 소설 삼국지라고 할 수 있다.
역사와 소설은 어떻게 다를까. 소설 삼국지 초반에 관우가 동탁의 장수 화웅을 단숨에 베어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싸우러 나가는 관우에게 조조는 뜨거운 술 한잔을 권한다. 관우는 상대의 목을 베고 와서 마시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정말 화웅의 목을 베고 돌아와 술잔을 들었는데 그때까지 술이 식지 않았다…."
이 대목에서 청중이나 독자라면 누구나 "카아~"하며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보면, 이 대목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화웅을 죽인 사람은 관우가 아닌 손견으로 기록되어 있다. 당시 관우는 유비라는 별볼일없는 중급 장수의 휘하 초급 장교 수준에 불과했다.
'허구'는 소설의 특권인 만큼, 소설가를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소설 탓에 크게 왜곡되어 후세의 평가가 엄청 엇갈리는 경우가 생기게 된다. 바로 조조와 제갈량이 그 주인공이다. 21세기의 CEO(최고경영자)로도 전혀 손색이 없는 조조는 간웅(奸雄)으로 전락했고, 세상을 바꾸려는 시대적 소명에 충실하기보다는 한 주인에게 충성했던 '청빈하고 유능한 행정의 달인' 능신(能臣) 제갈량은 불세출의 영웅으로 변신했다.
이 책은 삼국지의 주요 무대를 직접 돌아보고 사실(역사 삼국지)과 허구(소설 삼국지)의 경계에서 조조와 제갈량의 참모습을 살펴보고, 그들의 현재적 의미를 재평가해 본다. 한 번이라도 삼국지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허구인 소설에서 재미와 감동을, 역사적 사실에서 지식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역사는 살아 있다. 244쪽, 1만5천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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