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판사의 기소 청탁 의혹, 철저히 진상 밝혀라

새누리당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인 김재호 판사가 수년 전 부인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된 한 누리꾼을 검사에게 기소해 달라고 부탁한 의혹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터넷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가 최근에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부탁받은 검사가 박은정 검사라며 실명을 밝혔다. 나 전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2005~2006년에 진행됐고 기소된 누리꾼은 대법원에서 7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이에 대해 나 전 의원은 1일 기자회견을 하고 김 판사가 기소 청탁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또 박 검사는 당시 사건을 배당받았지만, 출산휴가를 가게 돼 최모 검사에게 재배당되고 나서 기소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의혹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나 전 의원은 김 판사가 박 검사와 통화했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사건 배당 여부에 관계없이 논란의 중심에 있는 박 검사가 기소 청탁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박 검사는 이와 관련, 검찰에서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2일 사의를 표명했다.

기소 청탁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국가 사법 체계를 뒤흔드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공적인 사안에 대한 기소 청탁도 해선 안 될 일인데 판사가 자신의 아내와 관련된 개인적 사안을 기소 청탁했다면 더더구나 용납될 수 없다. 2009년 촛불시위 재판에 신영철 대법관이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킨 이후 또 이번 의혹이 제기돼 이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넘어가면 사법부에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

논란을 잠재우려면 박 검사가 실상을 밝혀야 하고 박 검사를 조사했다는 검찰도 사실을 설명해야 한다. 나꼼수의 주장을 수사기관이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사안은 법원과 검찰의 신뢰를 해칠 정도로 중대한 만큼 어물쩍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의혹이 해소되지 않고 논란이 길어진다면 법조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깊어질 뿐이다.

사법부도 자체 조사를 통해 진상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사법부는 그렇지 않아도 영화 '부러진 화살'에 대한 반향에서 나타났듯 부정적 이미지로 비치고 있다. 기소 청탁 의혹을 명백히 가리고 사실이 드러난다면 당사자를 엄정히 문책해야 한다. 이번 의혹을 두고 과거부터 있는 관행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는 지적까지 있는 터여서 내부를 되돌아보는 계기로도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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