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정 지역 인위적 교체·실력자 입맛대로…새누리당 '私心 공천' 되나

민의 수렵 약속 사라져, 일정 촉박 핑계 '약식공천'

상향식 공천이라는 대국민 약속의 실현이 불가능해지는 등 새누리당의 공천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2차 공천자 발표일을 5일로 연기했다. 공천 발표자 숫자 확대를 이유로 들고 있지만 일정대로 되지 않는 것은 당 안팎의 강한 반발과 후유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에서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시스템 공천' '국민 눈높이 공천'이라는 약속은 물 건너간 대신 촉박한 일정을 핑계로 한 편의적인 '약식 공천'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확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역시나'거나 '그대로'로 끝이 날 공산이 커진 것이다. 이름을 바꾼 새누리당도 과거의 한나라당과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친박계의 일방적인 독주로 진행되고 있는 지금의 공천 작업에 대해 새누리당 특히 친이계 일각에서는 "18대 때 '학살'이라는 용어를 쓰며 그렇게 욕을 하던 사람들이 옛날 일을 다 잊은 것 같다"는 주장도 한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당 지도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전략공천이나 신뢰도에 심각한 의문이 지적되고 있는 부정확한 여론조사경선으로 공천자를 가리게 될 공산이 크다.

이에 따라 이번 공천에서부터 의욕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국민참여경선은 몇몇 극소수의 시범 케이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 이는 무작위로 추출하는 일반 국민과 당원이 일정 비율로 함께 직접 투표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상향식 공천, 국민 눈높이 공천이라는 쇄신 구호에 맞춘 것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의 모바일 국민경선이 과열되면서 사망사건까지 일어나자 여론조사경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간적 물리적 환경을 갖추지도 못한 채 무리한 약속을 했다가 이를 지키지 않을 그럴듯한 구실을 찾은 것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인원 동원은 '돈' 문제를 불가피하게 낳게 된다는 점을 가장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지금 돈 문제마저 터지면 쇄신이고 비대위고 모두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경선지역 대부분은 여론조사로 결판이 나게 됐다. 게다가 여론조사 대상자 선정 기준은 여러 가지 잣대를 동원하고는 있지만 결국은 공천위 내지 당 지도부의 자의적 판단이다. 문제는 여론조사경선의 부실함과 부정확성에 대한 지적이 너무 많아 신뢰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새누리당 권영세 사무총장은 2일 경선과 관련 "여론조사경선을 원칙으로 해야 될 판"이라고 했다. 달리 대책도,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새누리당 공천은 민의를 정확하게 수렴하기보다는 '실력자'의 입맛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

한편 친박계가 주도하고 있는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는 새누리당의 인적쇄신 의지를 보여주겠다며 대구지역 현역의원의 70~80% 교체를 추진하다가 당내는 물론 지역 여론의 역풍마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친박계 핵심을 자처하는 일부 인사에 대해서는 박 위원장의 공천 의중을 왜곡해서 전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친박계 내부에서조차 "공천 갈등이 대구 민심의 역풍으로 이어질 경우,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새누리당 중앙당의 한 관계자는 "무리하게 대구를 인적 쇄신의 희생양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라며 "교체 사유가 있다면 물갈이해야겠지만 대구를 대거 초선 의원으로 채워서는 대선이 어려워질 수 있고 대구정치권의 향후 정치력과 구도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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