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게 미국은 원수도 그런 원수가 없다. 이 악연의 시발은 영국이 장악한 석유산업을 1951년 국유화한 모하메드 모사데그 총리를 1953년 실각시킨 미국 CIA의 '에이잭스 작전'이다. 이로써 미국은 친미 팔레비 정권을 얻었지만 이란 국민 대부분을 적으로 만드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모사데그는 테헤란의 유서 깊은 가문 태생으로 유럽에서 법률과 정치학을 공부한 엘리트였다. 석유산업 국유화는 자국 석유에서 나오는 이익의 90%를 영국이 걷어가는 착취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당연한 권리 행사였다. 그러나 미국의 눈에는 공산화의 신호로 비쳐졌다. 소련의 제3세계 침투 저지에 고심하던 미국이 취한 길은 모사데그 정권의 전복이었다. 군과 경찰 일부를 동원한 쿠데타를 일으켰고, 성공 가능성이 낮아지자 CIA는 폭도들을 매수해 테헤란 한복판에서 반 모사데그 폭력시위를 벌였다. 이로 인해 유혈사태가 벌어지자 미군이 개입, 모사데그는 체포되고 이란은 야만적인 팔레비 독재체제하에 놓인다. 모사데그를 '빨갱이'로 본 것은 '레드 콤플렉스'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오해였다. 그는 민족주의자이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군사법원에서 반역죄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3년형으로 감형받고 복역 후 가택연금 중 쓸쓸히 사망했다. 1967년 오늘이다.
정경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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