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영재들만 모아놓고, 비좁은 교실에 연구시설도 부족하다니 부끄럽습니다."
대각선으로 가로질러도 70m가 안 되는 학교 운동장, 둘 곳이 없어 쌓아둔 기자재들 때문에 2명이 지나기에도 답답한 복도, 떨어진 보도블록과 2층 침대를 잘라 만든 기숙사 침대, 협소한 공간 탓에 교실 2개를 합쳐 만든 간이 강당. 바로 지역 과학 영재들을 길러내기 위해 건립된 경북과학고등학교(포항시 북구 용흥동)의 현재 모습이다.
경북과학고는 노후화된 시설로 확장 이전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교육당국과 지자체의 대립 속에서 설 곳을 잃어가고 있다.
1995년 처음 문을 연 경북과학고는 교사대지 2천316㎡, 운동장 3천80㎡ 등 총 3만3천402㎡ 규모로, 전국 19개 과학고 중 면적이 가장 작다. 학교가 협소한 탓에 학년별 정원도 타 지역 과학고의 절반 수준이 46명이 고작이다. 경북지역의 또 다른 과학고인 경산과학고(총 면적 5만3천868㎡'학년별 정원 80명)와 비교했을 때도 면적은 물론 시설면에서도 크게 뒤처지는 것이 사실이다.
경북과학고는 2005년 경산시 갑제동에 경산과학고가 들어서면서 이전 문제가 처음 제기됐다. 당시 교육부는 낡고 비좁은 경북과학고를 경산과학고와 통합하는 방안을 모색했으나, 포항시와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로 사업이 유보됐다.
포항시는 경북과학고의 포항지역 내 이전을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2010년 경북과학고를 과학영재고로 전환, 포스텍 내에 부설학교로 건립하는 방안이 모색됐으나 운영비 등 관리 부분에 대해 교과부와 포스텍이 입장 차를 보이면서 무산됐다. 또 이전 반대 당시에 학교 부지 및 지원금 제공을 약속했던 포항시도 정작 모든 학교에 일괄 지급되는 장학금(학교당 300만원) 외에는 특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경산과학고가 학생 정원 수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금도 통합 문제가 거론되고 있으며, 혁신도시를 조성 중인 김천시도 특목고 건립에 국가 재정을 우선적으로 지원해 주는 특례법을 근거로 경북과학고 유치를 꾸준히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산에 처음 과학고가 들어서자 학생 정원 수 확보와 시설 지원면에서 경북과학고와의 통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면서 "지역 반발여론이 너무 거세 사업이 유보됐으나 경북과학고의 이전은 언젠가 꼭 이뤄져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학교 운영은 교육청의 관할이라 우리가 어쩔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전 부지 제공 등은 할 용의가 있으나 교과부의 지침이 내려와야만 일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지자체의 무관심 속에서 애꿎은 지역 영재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 관계자는 "6년이 지난 컴퓨터 등 낡은 기자재로 실험을 하고, 협소한 공간에서 아둥바둥 지내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교육자로서 너무 미안하다"며 "경산의 경우 1년간 약 10억원의 학교 운영 지원금을 지자체에서 주고 있다. 이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포항시와 지역 기업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지역 과학영재들을 육성해 지역 발전을 도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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