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부터 주5일 수업제가 전면 도입된 이후 대구의 모든 초'중'고교들이 3일 첫 토요휴업일을 맞았다. 각급 학교는 이날 별도의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을 마련, 토요일에도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하지만 당초 시 교육청의 예상보다 학생들의 참여율이 낮았고, 일부 학교는 토요휴업일 프로그램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토요일 등교를 강제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이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주5일 수업 첫날 표정
올해 첫 토요 휴업일인 3일 오전 대구시 동구 덕성초등학교 운동장.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초등학생 10여 명이 축구공을 쫓아 신나게 뛰어다니고 있었다. '패스' '슛'을 번갈아 외치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이마엔 송골송골 땀이 맺혔다. 잉글랜드 축구선수 웨인 루니를 좋아한다는 이승태(6학년) 군은 학교에서 마련한 새 학기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 중 축구를 신청했다. 이군은 "이것저것 배우고 싶은 게 많지만 공부도 해야 되니까 제일 재미있는 축구반 하나만 골라 들게 됐다"고 했다.
2학년 2반 교실에서 열린 공예 수업에는 학생 10여 명이 모여 필통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마분지로 만든 육각형 통에 가위로 오린 한지를 풀칠해 정성스레 붙이자 어느새 제법 근사한 필통이 완성됐다. 정유민(3학년) 양은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해 이 수업에 왔다"며 "오늘 만든 필통을 옆에 두고 공부할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다"고 했다.
덕성초교 학생 368명 가운데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에 참가 신청한 학생들은 83명. 학교 측은 축구반 외에도 공예교실, 풍선아트, 역사체험 등 모두 7개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이곳 이영숙 교장은 "학교 주변에 모텔 등 숙박업소가 많아 토요일 학생들을 챙기는 게 더욱 신경 쓰인다"며 "학부모, 학생의 의견을 반영해 좀 더 많은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첫 토요휴업일인 3일 대구 전 학교의 체육관, 운동장, 도서실 등을 개방하고, 학교마다 다양한 학습'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등 주5일 수업제 전면 도입에 따른 다양한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의 운영에 들어갔다.
축구와 농구 등 학급'학교별 리그전을 펼치는 '토요 스포츠데이', 나 홀로 학생을 위한 '토요 돌봄교실' '토요 디베이트(토론) 데이'와 학교 사정에 맞춰 개설한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자체도 주5일 수업제 정착에 힘을 보태고 있다. 달서구청은 이날부터 달서구노인종합복지관에서 '달서구 청소년 자원봉사학교'를 개강했다. 6월까지 600여 명의 청소년이 자원봉사 기초교육과 함께 봉사활동을 할 예정이다. 서구청은 관내 초교 8곳, 중학교 4곳에 생활체육지도사를 지원해 테니스, 풋살, 탁구, 방송댄스, 축구, 농구, 음악줄넘기 7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참여율, 예상의 3분의 1에 그쳐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첫날, 참여 학생 수는 기대에 훨씬 미치지 못했다. 일부 학교에선 학생을 강제 동원하는 '보여주기'식 운영으로 불만을 샀고, 프로그램의 질과 다양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 참여도 조사를 토대로 35% 내외의 학생이 토요일 학교를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5일 집계 결과 첫 토요 휴업일 등교한 학생은 12.7%에 그쳤다.
수성구 한 초교 교사는 "사전에 참여 여부를 전화로 물었을 때는 참여하겠다고 대답했지만 실제 개학(2일) 후 바로 다음날 학교에 나오는 것에 대해 학생, 학부모가 그리 달가워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새 학기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달 말쯤 안정되면 참여 학생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시교육청이 토요일 활용 프로그램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각 학교별 현장 점검에 나서자 일부 학교는 교사, 학생들에게 강제로 등교할 것을 요구해 불만을 사기도 했다. 대구 한 중학교 교사는 "시교육청에서 점검을 나온다고 하니 학교장이 갑자기 교사들에게 학교에 나오라고 강요했을 뿐 아니라 담임을 맡은 교사들에겐 학생들에게 토요일 등교할 것을 주문하라고 지시했다"며 "이럴 바에는 차라리 정규 수업을 하는 게 낫지 않으냐"고 했다.
프로그램 질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초교 3학년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39'여) 씨는 "축구와 농구, 자기주도학습 등 학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이 천편일률적이라 선택의 폭이 좁다"며 "악기를 다루는 강좌 등 분야별로 좀 더 세분화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학생, 학부모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아직 제도 시행 초기라 여러 가지 미흡한 점이 있을 수 있다"며 "주5일 수업제 홈페이지 수정, 교원과 학부모 대상 연수 강화 등 주5일 수업제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문제점이 발생하면 적극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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