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비 내린 부동산시장 '분양 꽃'은 아직 감감

대구 분양 시장이 '엇박자'를 내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오랜 침체기를 벗어나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중소형 수요도 눈에 띄게 늘었지만 정작 공급 물량은 예상만큼 많지 않은 탓이다.

미분양으로 고전하며 몇 년간 체력이 약해진 시공사들은 자체 사업 여력이 부족하고, 분양시장 자금줄 역할을 했던 저축은행들은 부실 사태로 부동산 시장을 떠난 원인이 크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2009년부터 신규 분양이 크게 줄어들면서 지난해 분양한 단지들이 양호한 성적을 올렸고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들도 많지만 시공사 선정 등의 문제로 올해 분양 단지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은 살아나지만 분양 단지는 많지 않아

대구 부동산 시장은 지표상이나 체감적으로나 상당히 양호하다.

지난해 대구 아파트 매매 가격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였다. 국민은행 주택 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 아파트 상승률은 14.9%로 1991년 이후 20년 동안 두 번째로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해는 2001년으로 IMF 사태로 집값이 폭락한 뒤 반등세로 나타난 때문으로 16.9%였다.

2007년부터 3년 동안 하락세를 보였고 2010년 2% 오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상승세다.

지난해 이후 분양했던 단지 중 달서구 삼정 브리티시와 북구 코오롱하늘채 오페라, 동구 이시아폴리스 포스코(2차), 수성구 시지와 경계를 접한 중산 지구 서한 이다음 단지는 초기 계약률이 100%를 기록했다.

2005년 이후 이처럼 많은 신규 분양 단지가 100% 계약률을 보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올해 신규 분양 시장은 오히려 조용하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 중 올해 분양 예정인 물량은 25개 안팎이며 가구 수로는 2007년 이후 가장 많은 2만 가구에 이른다. 이 중 상반기 분양을 예정했던 단지는 10~15개 정도.

그러나 본격적인 분양 시즌인 3월이 시작됐지만 분양 단지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현재 상반기 분양이 가능한 단지는 포스코 건설의 동구 이시아폴리스 4차 단지와 서한의 달성군 테크노폴리스 단지, 우방의 동구 율하 단지 등 5개 안팎이다.

예상보다 분양 물량이 적은 것은 '수요'는 있지만 공급자(시공'시행사)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신규 분양을 위해 필요한 금융권으로부터의 공사비 조달(PF)이 쉽지 않고 원자재 가격 인상과 사업 지연으로 인한 원가 상승이 상당하지만 현 시장이 수익성을 낼만큼 분양가를 올려 받기 힘든 상황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사업 승인을 받은 단지 중 사업이 지연되면서 늘어난 이자 부담 등으로 분양을 해도 수익을 낼 수 있는 단지는 많지 않다"며 "원가 만회를 위한 분양가 인상도 미분양 부담이 커 쉽지 않다"고 말했다.

◆주거형 오피스텔 공급도 많지 않을 듯

주거형 오피스텔과 도시형 생활주택도 예상만큼 분양 물량은 없을 전망이다.

1, 2인 가구 증가와 소형 주택 공급 감소에 따른 전세난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분양한 오피스텔 단지들은 최고 3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지난해 대구 아파트 전세 가격 상승률이 18%를 기록했고 특히 소형 아파트 상승세가 두드러지면서 임대 수익형 부동산인 주거형 오피스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 지역 내에서만 20여 개가 넘는 주거형 오피스텔 단지와 도시형 생활주택들이 잇따라 부지 매입 등 사업 추진에 들어갔다.

그러나 올 상반기 분양 가능한 물량은 많아도 4, 5개 단지, 2천~3천 가구에 머물 전망이다.

대구시가 지난해 12월부터 주차 관련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사업 승인을 받기 힘들어진데다 시공사 확보도 쉽지 않은 탓이다.

현재까지 분양이 확정된 주거형 오피스텔은 동구 동대구로와 접한 유성 푸르나임 단지(800실)와 인접한 코보스 카운티 단지(200실) 등 3개 정도에 그치고 있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소형 주택 수요가 늘고 있고 대안 상품인 주거형 오피스텔에 대한 관심도 높지만 대구는 오피스텔 시장이 도입 단계에 있어 공격적인 분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깐깐해진 수요자 선택

수요나 시장 상황에 비례해 분양 물량이 늘지 않는 것은 수요자의 깐깐해진 선택도 큰 원인이다.

전체적으로 분양 시장이 살아나고 있지만 지난해 이후 분양한 단지별로 계약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격적인 분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 입지나 가격, 시공사 브랜드 등에 따라 같은 시기에 분양해도 초기 계약률이 100% 단지가 있는 반면 30% 미만 단지도 적지 않다.

부동산 114 이진우 대구지사장은 "계약을 한 뒤 집값이 떨어지는 마이너스 프리미엄과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수요자들의 선택이 신중해졌다"며 "실수요자 위주로 분양 시장이 재편되면서 단지별로 계약률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공사 입장에서는 분양에 더욱 신중해 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분양 시장이 양호한 시기에 분양을 했지만 계약률이 30~40%를 넘지 못하면 '미분양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욱 큰 탓이다.

시공사 관계자들은 "단지별 계약 차별화 현상은 앞으로 계속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입지나 분양 가격이 확실한 경쟁력을 가져야 분양이 가능한 만큼 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