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아카데미 영화상 시상식에서 5관왕에 오른 '아티스트'에는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 더글러스 페어뱅크스의 모습이 녹아 있다. 무성영화 시대의 스타로는 찰리 채플린과 페어뱅크스, 버스터 키튼, 루돌프 발렌티노 등이 꼽히는데 페어뱅크스 등이 이 영화가 그리려 한 '예술가'형 배우였다면 발렌티노는 인기 절정의 '스타'형 배우였다.
본명이 로돌프 구글리엘미인 발렌티노는 18살 때인 1913년에 고국 이탈리아를 떠나 미국에 갔다. 뛰어난 춤 솜씨를 바탕으로 영화계에 뛰어든 그는 몇몇 단역을 거친 후 '묵시록의 네 기사'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1921년 오늘 개봉한 이 영화 출연을 계기로 그는 단숨에 스타덤에 올랐고 특히 여성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았다.
조각 같은 외모를 지녔던 그는 여성 팬들을 의식, 몸매가 날렵해 보이도록 셔츠 속에 코르셋을 입었고 머리칼을 기름으로 빗어넘겨 최대한 관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당대의 꽃미남 아이돌 스타였던 그는 '춘희' '피와 모래'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전성기를 누렸으나 31세에 폐렴으로 갑자기 사망했다. 장례식에 10만여 명이 운집할 정도였지만 영화평론가들은 '화장한 호모'라며 그를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김지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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