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리보는 '금요일에 과학터치'] 생명 유지의 비밀, 생체유동현상

암모기의 흡혈과정 가시화와 모기의 침 내부 유동특성
암모기의 흡혈과정 가시화와 모기의 침 내부 유동특성

모든 생명체는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순환계(circulatory system)를 가지고 있다. 인간의 경우 ▷피를 인체 구석구석까지 순환시켜 산소, 영양분, 호르몬, 항체 등을 공급하고 대사 결과로 생긴 노폐물을 제거하는 심혈관 순환계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보내는 호흡계를 이용해 생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

동물과 곤충은 인간과 유사한 순환계를 가졌다. 식물도 토양으로부터 수분과 영양분을 공급받고, 광합성과 증산작용을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교환하는 순환계를 갖추고 있다. 모든 생명체는 신진대사에 필요한 생체물질을 운반하는 순환계를 가지고 있어 생체물질의 순환, 즉 생체유동현상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생명유지의 원천인 혈액과 같은 생체물질의 흐름이 원활해야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생명유지의 비밀을 밝히고, 이를 수명 연장과 삶의 질 향상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생체유동현상을 자세하게 규명해야 한다.

선진국에서 사망률 1위인 심혈관계 질환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으로 피가 탁해지고 혈관에 혈전이나 콜레스테롤 플라그(plaque)가 형성, 혈액 흐름이 원활하지 못하게 돼 발생한다. 동맥경화, 고혈압, 심장마비, 당뇨, 협심증 등이 그 예다. 심혈관계 질환은 혈관 내벽에 작용하는 전단응력과 혈류의 유동특성이 밀접하게 연관된 것으로 보고되고 있으나 발생기전에 대한 혈류역학적 정보는 아직까지 자세히 알려진 게 거의 없는 실정이다.

생명체 내부에서 일어나는 생체물질의 움직임은 복잡하고 역동적이어서 기존의 해석 방식으로는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조류, 물고기, 동물 등과 같은 살아있는 생명체를 대상으로 '인 비보(in vivo'생체 내에서 이뤄지는 반응) 실험'을 통해 순환기질환과 관련된 유동정보를 얻고, 이로부터 순환기질환의 발생기전을 규명하는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이번 강연에서는 생명유지의 원천인 생체 내부 생체유동현상에 감추어진 자연의 신비를 소개한다. 또 순환기질환과 관련된 혈액 흐름에 대한 유동정보를 얻고, 해석 결과에 기반한 생체모방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현재 수행하고 있는 연구내용을 안내할 것이다.

포스텍의 생체유체연구단에서는 복잡하고 역동적인 생체유동현상을 정량적으로 관찰하기 위해 'X-ray PIV'(particle image velocimetry), 'Holographic PIV', 'micro-PIV' 등 세계 최고수준의 유동가시화기법을 개발했고 이들을 다양한 생체유동현상에 적용해 생명체에 감추어진 미지의 생체유동현상을 밝혀내고 있다. 유정란 태아의 동맥과 심장 내부 혈액 흐름을 살아있는 실제상황에서 측정해 정량적인 유동정보를 얻었고, 흡혈하는 암모기의 침 내부 혈액 흐름을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머리 내부에 위치한 펌프 근육들의 수축과 팽창작용을 고속으로 가시화해 암모기의 흡혈 메커니즘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처럼 실험 대상은 신진대사가 이루어지는 생명체이며, 실험은 내피세포가 존재하는 실제 혈관을 따라 흐르는 혈액을 다루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여기서 얻게 되는 유동정보는 인조 혈관이나 마이크로 채널을 이용한 모사 실험에서 도출한 결과에 비해 훨씬 큰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같은 연구결과는 연료전지나 태양전지 등에서 발생하는 유체역학적 문제 해결, 순환기질환의 발생기전에 대한 유체역학적 원인 분석으로 순환기질환의 조기 진단과 치료 등에 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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