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미술관은 올해 첫 기획전시 주제전 1부로 '민성'(民性)전을 선보인다. 1, 2전시실에서 7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박생광, 서용선, 김종학, 황창배의 작품 총 100여 점이 전시된다. 이번 전시는 한국적 표현주의에 대한 전시다.
'민성'은 무엇일까. 최윤정 큐레이터는 민(民)에 대해 두 가지 해석을 제시한다. 민속적 가치와 문화 원형적 요소, 그리고 개인의 구체적 삶으로서의 '민'이다. 이번 전시에 대해 이수균 대구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다소 회고적 성격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전통과 그 본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전시"라고 소개했다. 산업화로 인해 한국과 한국미술의 정체성에 대해 심도있게 고민해야 할 시기에 미술계에 던지는 주제라는 것. 한국의 역사, 정서, 자연, 문화적 상황이 우선적으로 고려된 작품을 위주로 선정해 네 명의 작가를 전시한다고 밝혔다.
박생광(1904~1985)은 가장 한국적인 채색 화가, 민족혼의 화가로 불리며 한국적 정서를 대변한다. 박생광의 작품은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시대 단청, 나전칠기 문양 등 우리 전통예술의 철학을 그 바탕으로 하고 있다. 우리 채색화의 전통이 현대에 있어서도 풍부한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음을 알려주는 작가는 전통 채색화법인 '진채기법'을 이용한다.
이번 전시는 그의 대표적 수묵작품들과 무속 시리즈, 전통소재 채색화 등이 골고루 소개되어 박생광 작품세계 전반을 감상할 수 있다. 194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몰두했던 수묵 작품은 추상적인 형태와 더불어 민족성에 대한 강한 집념을 보이는 작품이다.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채색작업은 불교와 무속적 소재에서 비롯되는 민족성을 보여준다. 이 시기 샤머니즘, 민화, 단청에 대한 연구와 그의 화풍은 한국성에 대한 재해석이자 새로운 실험이었다.
무속시리즈에서 탈, 무당, 당산 등 마치 영적 교감을 시도하는 듯한 작품을 꾸준히 발표했다. 명성황후, 전봉준 등의 작품으로 한국인의 세계관을 표현한다.
서용선(1951~)은 원색과 거친 필선으로 우리 역사 속 인간 군상들을 그려왔다. 그의 그림 속에는 비운의 임금 단종, 사육신, 세조, 그리고 핍박받는 민초들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특히 작가가 오랫동안 발표해온 '단종애사' 시리즈는 우리 역사가 지닌 권력의 비극적 사건을 재구성해 작가의 감성으로 보여준다. 역사 자체보다는, 인간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렇기에 현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자본주의와 산업화라는 지독한 과정을 거치면서 인간과 자연이 모두 황폐해지고 소외되며 고립된 풍경을 그려낸다.
2전시실은 김종학과 황창배의 작품이 전시된다.
화려하고 강하며 투박하고 활기가 넘치는 자연을 그려내는 김종학(1937~)의 작품에는 자연의 원초적인 힘이 느껴진다. 그의 그림에는 빨강, 초록, 노랑 등의 원색이 화면 가득 펼쳐지면서 자연을 그려낸다. 1970년대 말부터 설악산에 기거하면서 설악의 사계절을 그리고 있는 작가는 과감한 붓질과 원색으로 생동하는 자연을 보여준다. 그의 그림에는 민초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강건함, 야생적인 힘이 담겨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는 생명력을 보여주는 원시적 조형에 대한 과거 작업들을 주로 선보인다. 민화적 속성을 담고 있는 병풍 작업도 전시한다.
'파격과 일탈의 화가'로 꼽히는 황창배(1947~2001)는 한국 고유의 미의식을 보여준다. 문인화, 서예, 전각, 한학 등 고전의 규범을 습득하면서도 예술가로서 실험성을 펼쳐보였던 작가는 한국의 미의식을 바탕으로 한국화의 새로운 가능성과 현대화의 단초를 제공해 신선한 변혁을 일으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회화는 내밀하고 소소한 일상의 담화다.
이번 전시에는 1980년대 한국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정신으로서 설화적 이야기를 담은 작품과 1990년대 조형적으로 이와 연결되는 색면 기법들을 선보인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대형 작품들이 소개된다.
이번에 전시되는 네 작가에 대해 최윤정 대구미술관 큐레이터는 "이들은 시대적인 양립과 대립 속에 택일을 강요하던 시기에 그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예술가로서 방향성을 스스로 구하고자 했던 작가들"이라면서 "자기다움과 시대성을 마주하며 예술적 세계관을 구축한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053)790-3030.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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