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서대구산업단지의 A업체는 한 달 넘게 생산직 근로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학력 무관'을 내걸었음에도 여전히 찾는 이가 없어 기존 근로자 6명이 힘겹게 일을 하고 있다. 이곳 대표 정모(49) 씨는 "고졸자 몇 명이 회사에 전화를 해서 임금을 물어보더니 더 이상 연락이 없었다"며 "최근 고졸자 취업이 확산된다는데 우리같이 조그만 기업은 고졸자도 외면하고 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자동차부품과 섬유 등 지역 주력 업체들이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인력 채용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구직 희망자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고졸자 취업 우대 바람이 불면서 우수 고졸 인력들이 대기업과 공기업을 찾아 역외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입사한 뒤 대학을 다니는 '선 취업 후 진학'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중소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진학 지원이 쉽지 않아 구인난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취업전문기업 갬콤이 최근 종업원 30인 이상의 지역 중견기업 45개사를 대상으로 올 상반기 채용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7.7%인 35개 업체가 채용계획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채용계획과 반대로 회사를 찾는 이들은 줄어들고 있다.
대구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상당수 지역 기업들이 최근 회사를 찾는 구직자들이 줄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며 "특히 마이스터고와 전문계고 졸업자 사이에서 '선 취업 후 진학'붐이 일면서 진학에 유리한 대기업을 찾아 지역을 떠나는 이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마이스터고인 경북기계공고는 290여 명의 졸업대상자 중 70여 명이 졸업 전 대기업과 공기업 공채로 합격했다. 합격자 중 상당수는 성적이 상위 40% 이내인 학생들로 우수인력이 타지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
학교 관계자는 "일부 학생들은 지역 중견기업에 취직하는 경우도 있지만 열악한 근무환경과 대학 진학을 지원하는 회사를 찾아 타지로 이직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구의 한 전문계고등학교 역시 '선 취업 후 진학'을 고려하는 학생들이 늘면서 2010년에 비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신청자가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하지만 선 취업을 선택한 학생들은 대부분 타 지역으로 빠지거나 지역에 남더라도 중견기업 이상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구경총 관계자는 "포스코의 경우 고졸자들은 좋은 조건에 취직도 하고 사내 학교를 통해 진학까지 할 수 있어 선호하는 고등학생이 많다"며 "하지만 대구에는 대학 진학을 지원할 여력이 되는 기업이 몇 개 없어 고졸자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매출 1조원 내외의 지역 자동차부품업체나 건실한 기계부품업종의 경우 전문계고와 업무협약을 맺고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거나 다양한 지원을 통해 고졸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다른 업체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고졸 우수 인재 외부 유출에 대해 전문가들은 중소기업들이 직원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노동청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인력이 적은 중소기업일수록 생산성 향상이나 회사 성장에 있어 직원들의 능력이 중요하다"며 "산학 협력을 통해 우수 인력을 미리 확보하고 이들에 대해 과감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경석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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