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 대신 발로… 뇌성마비 대학생 운전면허 따다

수백 번 연습 또 연습·공부, 두달만에 필기 기능·합격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권경욱 씨가 5일 오후 대구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주행시험에 앞서 페달을 밟으며 핸들 움직임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권경욱 씨가 5일 오후 대구 운전면허시험장에서 주행시험에 앞서 페달을 밟으며 핸들 움직임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85점, 도로주행 합격입니다. 축하합니다. 짝짝짝."

5일 오후 대구 북구 태전동 운전면허시험장 입구. 권경욱(34'위덕대 사회복지학과 4학년) 씨가 평행 주차를 완벽하게 해내자 구경하던 사람들이 축하 박수를 보냈다. 2종 보통 운전면허 자격증은 수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지만 권 씨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다. 뇌성마비 1급 장애인인 권 씨는 양쪽 팔이 마비돼 두 발로 운전해야 한다.

대구에서 뇌성마비 장애인이 운전면허를 딴 것은 권 씨가 두 번째다. 그는 발로 운전석 바닥에 있는 페달을 밟아 핸들을 돌리고, 무릎으로 방향 지시등을 켜야 한다.

그가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08년. 검정고시를 치고 뒤늦게 대학에 입학한 권 씨에게 강의실을 옮겨다니며 수업을 듣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발로 글을 쓰고 밥을 먹고 빨래를 하고, 혼자 자취 생활을 하며 모든 것을 해낸 그는 열심히 노력하면 못할 것이 없다고 여겼다.

"입학 초기에는 활동 도우미가 없어 학교에서도 계속 혼자 움직였어요. 그때 결심했죠. 자동차가 있으면 다른 사람 도움 없이도 이 넓은 캠퍼스를 편하게 다닐 수 있겠다고요."

권 씨는 올해 1월 결심을 실행으로 옮겼다. 컴퓨터로 보는 운전면허 필기시험에서 발로 마우스와 키보드를 움직여 시험을 봤고 75점(합격점수 60점)을 받고 단번에 통과했다.

필기시험은 통과했지만 대구경북에서는 두 발로 운전하는 족동차(足動車)가 한 대도 없어 또 다른 난관에 맞닥뜨렸다. 운전학원을 찾아가도 "양팔 장애인을 위한 교육차가 없다"며 퇴짜를 놓기 일쑤였다.

이런 권 씨를 돕기 위해 국립재활원과 도로교통공단이 나섰다. 국립재활원은 전국에 2대밖에 없는 교육용 족동차를 권 씨가 운전 연습을 할 때마다 대구로 '배달'해줬다. 양팔 장애인 전문 운전 강사인 국립재활원 이종태(55) 교사도 서울에서 대구까지 와 출장 교육을 하며 권 씨의 꿈에 힘을 실었다.

"족동차는 왼발로 페달을 밟아 핸들을 돌리고 오른발로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은 물론 기어까지 조작해요. 두 발을 동시에 써야 하다 보니 처음에는 많이 헷갈리더라고요."

권 씨는 후진 평행 주차를 성공시키기 위해 수백 번 연습했다. 주변의 지원과 피나는 노력 덕분에 그는 두 달 만에 필기와 기능시험, 도로주행에 잇달아 합격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자동차도 주문했다. 7월쯤 개조된 차량이 나오면 그는 '오너 드라이버'가 된다. 권 씨가 직접 차를 운전해 꼭 가보고 싶은 곳은 서울이다. "서울에 가서 이곳저곳 구경도 하고 넓은 도로를 달려보고 싶어요. 남들과 비교하며 '나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면 평생 할 수 없었을 거에요. 몸이 조금 불편해도 결국 해냈잖아요?"

'긍정의 힘'을 믿으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권 씨는 오늘도 새로운 꿈을 꾸며 쌩쌩 달려 나간다.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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