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은 개학을 하고, 길 위에는 아지랑이가 얼굴을 내미는 계절이 다가왔습니다. 저 역시도 이번 새 학기를 눈앞에 두고 학생들의 강의 커리큘럼을 살펴보고 강의 준비를 하였습니다. 학생들을 위한 강의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이지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환경과 시설에서 자녀들을 공부시키기 위해 희생하는 부모님들의 모습은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욕심, 사회의 시선 때문에 우리 자식들을 코너에 몰고 가고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으신지요?
대한민국의 중심이 되려면 소위 간판을 따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입니다. 오죽하면 고'소'영 인사라는 말까지 등장했겠습니까?
부모들은 맞벌이하며 학생들의 등록금을 마련하고, 간판을 따는 지름길인 사교육에 투자하니 학생들은 인성과 자기 자신의 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망각한 채 오직 부모의 시선, 사회의 시선에 기준점이 맞추어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지금 심각한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학력 획득 시 얻게 되는 지식이나 기술 등의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획득된 학력 자체를 중시'존중하여 결국 학력이 나선적으로 상승 팽창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권력층에 고학력자가 많기 때문에 사회가 전반적으로 높은 학력을 선호하면서 사교육 열풍과 '고학력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이 생겨 결국 문제가 됩니다.
몇 주 전 어느 대형마트 시니어 직원(56~60세) 채용 모집에 경쟁률이 6.7대 1에, 석'박사 포함해 대졸 이상 지원자가 전체의 27%를 차지하고,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에서 간부로 일한 경력이 있는 지원자도 400여 명 정도 지원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왜 고학력이라는 간판과, 스펙이라는 명찰을 가슴에 달고서도 한창 사회에 이바지해야 할 나이에 정년퇴직 혹은 자기 자신들이 공부하지도 않았고 전혀 모르는 일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우리 사회는, 우리 부모님들은 이러려고 사교육과, 수도권 대학에 열광하였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우리 사회는 그렇게 학생들에게 스펙이라는 단어를 가슴속 깊숙이 남겨주었고 그 학생과 부모님에게는 학자금 융자 혹은 사교육비의 가계 부담을 남겨주었습니다.
왜? 수도권, 간판 있는 대학만이 우리 학생들의 인생 목표가 되어야 할까요? 졸업장에 금테가 있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면허증을 나라에서 주는 것일까요?
스펙과 수도권 대학의 졸업장보다는 자신이 공부한 분야에, 자기 자신의 일에 있어서 마에스트로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 정신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지방에 있는 대학에서는 수도권 대학보다 더 많은 노력과 희생이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관점에서는 똑같이 열심히 노력을 해도 돌아가는 혜택은 다르다는 것입니다. 더 좋은 제품을 팔더라도 대중적인 브랜드냐 아니냐는 문제이겠지요.
대학의 적립금이 수백억 원이 있는 수도권 대학과 적립금이 적은 대학, 기존의 장학금 지급 기준이 많은 대학과 적은 대학에 대한 반강제적인 교육부의 획일화된 등록금 인하율은 형평성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준점 없는 입시 정책, 대학 입시 원서 접수비(7만 원 상당) 등은 수도권 대학의 배만 불려주고 학생 부모의 가계에는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정확히 자녀들이 원하는 공부가 무엇인지 가고자 하는 대학의 정확한 정보와 내실을 살펴보지 않고, 수도권의 대학 간판, 스펙이라는 단어를 중요시한다면 그들은 여러분을 계속 봉으로 알고 계속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지방대학의 교수들, 교직원들은 학생들의 복지나 취업에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학에 밀리지 않기 위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입니다. 수도권 대학, 계속 배만 불려 주실 겁니까? 여러분의 허리띠를 졸라매면서?
맹모삼천지교, 이제는 옛말이 되었습니다. 자녀를 위해서 이사를 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녀들이 하고 싶은 일,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주고 간판이 아닌 실력과 마에스트로가 되는 길을 가르쳐 주어야 합니다.
여러분이 생각을 다시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이 똑바로 보셔야 합니다. 빚을 내서 수도권의 대학을 보낸다고 출세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학금을 받고 지역의 대학에서 경쟁력을 가지는 것이,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되는 것이 더 나을 것입니다.
박문희/경산1대학교 교수 방송연예연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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