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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39'대구 달서구 상인동) 씨는 한 달 전 시중은행과 유사한 이름의 대출업체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전화를 걸자 대출중개업체 직원이라고 밝힌 한 여성은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하면 현재의 신용등급과 상관없이 대출이 가능하다. 대신 신용보증보험에 가입해야 하니 수수료 160만원을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씨는 입금을 했고 1시간 뒤 시중은행의 대표번호로 전화가 왔다. 은행 직원이라고 밝힌 한 남성은 "2천만원 대출 승인이 났으니 대출금의 10%인 수수료 200만원을 먼저 입금하라"고 요구했다. 박 씨는 수수료를 다시 입금했지만 이후 감감 무소식이었다.
박 씨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유명 시중은행에서 전화가 와 믿었다. 하지만 조작된 전화번호였고 대출 중개업체와 은행 직원은 한패였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곽모(50) 씨도 최근 거래처를 통해 소개받은 사람으로부터 "서울에 있는 신용정보회사에 아는 직원이 있는데 신용등급을 높여 주겠다. 작업비 300만원을 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신용등급이 낮아져 대출이 막혀 있던 그는 주저 없이 돈을 입금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이었다. 곽 씨는 "대출 규정을 워낙 잘 설명해 속았다. 주변에 이러한 대출사기 브로커에 당한 사람이 몇몇 있다"고 했다.
대출 요건을 만들어 준다면서 신용보증보험 가입이나 신용등급 전산 조작 등을 빙자해 돈을 뜯어내는 대출사기가 성행하고 있다. 지난해 금융감독원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가 접수한 불법 사금융피해 상담 중 대출사기는 1천105건으로 전년 542건보다 103.9% 증가했다. 건당 피해 금액도 2010년 160만원대에서 지난해 200만원대로 증가했다.
대구 성서경찰서 관계자는 "단순한 보이스 피싱 수법이 통하지 않자 '신용보증보험 가입이나 신용등급 조작을 통해 대출 요건을 만들 수 있다'고 부추기는 대출사기가 늘고 있다"고 했다.
경찰은 "대출사기범들은 대출에 필요한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준다며 통장 사본과 체크카드, 비밀번호 등을 요구하거나, 휴대전화를 보내주면 스마트폰으로 바꿔주고 자동으로 신용보증보험에도 가입시켜 준다고 속인다. 통장과 휴대전화를 보내주는 순간 연락을 끊는다"고 했다
금융 관계자들은 "'신용등급을 올려준다'며 대출알선을 접근하는 경우 무조건 사기"라고 조언한다. 한 신용보증보험 관계자는 "신용보증보험을 통해 저소득층에 생계자금을 대출해주는 상품은 있지만 중계업체를 통하거나 수수료 등 선금을 요구하는 일은 절대 없다. 은행 역시 먼저 전화를 걸거나 선금을 요구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대출 명목으로 수수료, 작업비, 선이자 등 선금을 요구하면 대출 사기로 간주하면 되고 선금을 요구하지 않더라도 등록된 대출업체인지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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