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봄은 주위서 서성이는데…동백꽃은 아직 피지 않고 성급한 인파만 북적이네

봄이 출발하는 곳 '오동도'

봄은 동백의 꽃망울에서 시작된다. 남녘에서 따뜻한 봄기운이 올라오면 동백이 가장 먼저 수줍은 꽃망울을 터뜨린다. 동백이 봄의 전령사로 불리는 까닭이다. 동백꽃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여수 오동도다. 3천여 그루의 동백나무들이 섬 전체를 덮고 있어 오동도는 '동백섬' 또는 '바다의 꽃섬'이라는 아름다운 별칭을 갖고 있다. 봄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른 봄 소식을 전해주기 위해 오동도를 다녀왔다.

◆오동도

남녘에는 이미 봄이 와 있었다. 동백꽃을 보러 가는 남녘 길은 따사로웠다. 겨울 외투가 거추장스럽게 여겨질 정도로 날씨는 포근했다. 차창 안으로 거침없이 쏟아지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대구에서 3시간 정도 차를 몰아 오동도 입구에 닿으니 2012 여수 세계박람회장 조성 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마무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세계박람회장은 이달 말 완공될 예정이다.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기간(5월 12일~8월 12일) 동안 여수는 세계인의 주목을 받게 될 것이다.

오동도 주차장에 차를 세우니 오동도까지 연결된 방파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수항과 오동도를 잇는 방파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정도로 수려한 풍광을 자랑한다. 동백열차를 타고 방파제를 건너는 방법도 있지만 여수항과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걷는 것이 최고다. 봄기운 가득 머금은 바닷바람을 맞으며 768m의 방파제를 15분 정도 걸으니 한려해상국립공원의 기점인 오동도에 도착했다. 1968년 지정된 한려해상국립공원은 오동도에서 시작해 거제 지심도까지 이어진다.

오동도에서 동백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은 등대 가는 길이다. 오동도에서 마주치는 동백나무는 하나같이 키가 크다. 양쪽으로 늘어선 아름드리 동백나무가 거대한 터널 숲을 이루고 있을 정도다. 동백나무가 어른 팔뚝만 한 굵기로 자라는 데는 100여 년의 세월이 걸린다고 한다. 오동도 동백나무는 적게는 50여 년, 많게는 300여 년의 수령을 자랑한다.

하지만 기자가 오동도를 찾은 날(1일)에는 동백꽃이 거의 피지 않았다. 2월 날씨가 유난히 쌀쌀했던 탓에 개화가 늦춰진 이유도 있지만 원래 오동도 동백꽃은 늦게 핀다고 한다. 관리사무소는 이달 하순이면 동백꽃이 만개할 것이라고 했다.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리 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는 미당 서정주의 '선운사 동구'라는 시적 표현이 딱 맞았다. 동백꽃은 이제 막 꽃망울을 형성하기 시작했는데 휴일을 맞아 동백꽃을 보러 나온 성급한 인파들만 북적였다.

아쉬운 마음에 동백나무 숲을 이리저리 다니며 나뭇가지 사이를 유심히 살펴보니 성질 급한 동백꽃 한두 송이가 살포시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가지 끝에 매달려 있는 동백꽃은 쪽빛 바다와 어우러져 묘한 매력을 발산했다. 동백꽃은 꽃이 지고 난 후에도 아름답다. 동백꽃은 장미처럼 핀 자리에서 시들지 않는다. 피어 있는 그대로 꽃송이가 통째로 뚝 떨어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떨어지는 동백꽃을 여인의 눈물에 비유한다. 이달 하순이면 오동도는 붉게 피어난 뒤 여인의 눈물처럼 뚝 떨어지는 동백꽃으로 인해 온 섬이 붉게 탈 것이다.

오동도에는 동백꽃뿐 아니라 음악분수'거북선과 판옥선'남근목'용굴'갯바위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다. 오동도를 대표하는 명물인 등대 전망대(월요일 휴관)에 오르면 남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오동도는 유람선과 모터보트를 이용해 바닷길로도 둘러볼 수 있다. 유람선과 모터보트를 이용하면 선착장을 출발해 오동도 일대 해안의 아름다운 풍경을 두루 감상할 수 있다.

◆돌산도

여수를 찾은 관광객들이라면 누구나 찾는 곳이 돌산도다. 돌산도를 대표하는 명소는 향일암이다. 해돋이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난 곳으로 사시사철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돌산대교를 지나 따뜻한 봄바다를 벗 삼아 25㎞ 정도 드라이브를 하면 향일암이다. 향일암은 백제 의자왕 4년(644년)에 창건된 고찰이지만 2009년 화재로 대웅전 등이 소실되는 바람에 지금 복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비록 사찰은 고색창연한 빛을 잃어 버렸지만 향일암에서 마주 대하는 탁 트인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봄 햇살 가득 머금어 유난히 반짝이는 봄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향일암을 찾은 가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다.

돌산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갓이다. 돌산도가 갓으로 먹고산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다. 900여 농가가 갓을 재배하고 있으며 갓김치를 파는 사람들도 많다. 최근에는 말린 홍합이 돌산도의 새로운 특산품으로 자리 잡았다. 향일암으로 올라가는 가파른 고갯길에는 갓김치를 파는 상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갓김치만 판매했지만 지금은 말린 홍합도 함께 팔고 있다. 상인의 말에 따르면 몇 년 전부터 돌산도 앞바다에서 홍합이 많이 잡히면서 홍합을 까서 말린 뒤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오동도에서 향일암 가는 길에는 전남해양수산과학관이 있다. 남해안 연안에 서식하는 토속 해수 관상어를 볼 수 있는 대형 원통형 수조를 비롯해 거북수족관, 갯벌수조, 해양생물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수족관 등을 갖추고 있어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매주 월요일 휴관하며, 입장료는 어른 3천원'청소년 2천원이다.

◆주차난은 옥에 티

관광 여수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것은 극심한 주차난이다. 오동도 주차장의 경우 승용차 120대를 댈 수 있을 정도로 작다. 찾는 사람(주말 1만2천~2만 명'평일 2천~3천 명)에 비해 주차 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세계박람회장을 연결하는 도로가 개통되면 주차 대수는 절반으로 줄어든다. 이에 따라 오동도 주차장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주말과 공휴일, 오동도 주차장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차에서 1시간 이상 대기해야 한다.

향일암의 주차 사정도 마찬가지다. 향일암 아래 마련된 주차장 규모는 겨우 승용차 20~30여 대를 댈 수 있는 정도다. 여수시가 주말 동안 오동도 인근 자산초등학교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 이달 3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지만 주차 문제는 관광도시 여수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히 여수시는 세계박람회 기간 동안 800만 명의 관광객들이 여수를 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관광도시라는 이미지에 걸맞게 주차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해 보인다.

글'사진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대구에서 오동도 가는길:중부내륙고속도로(구마고속도로)~칠원분기점 진주 방면 남해고속도로~광양IC~2번 국도 보성'순천 방면~863번 지방도 여수'율촌산단 방면~17번 국도 여수'돌산 방면으로 접어든 뒤 오동도 이정표를 따라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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