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또 말썽난'학연 심사'…있으나마나한 심사기피제

대구문화재단 공모사업 잡음

올해도 '어김없이' 대구문화재단의 문화예술진흥공모사업 선정 결과를 두고 각종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심사위원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전년도 사업평가 결과를 점수화해 다음 연도 사업 선정 때 반영하는 환류 시스템 등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공정한 심사의 관건인 심사위원 구성은 대구문화재단이 가장 애썼고,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시스템이다. 다른 지역 문화재단에서 벤치마킹해 따라할 정도로 표준이 되어 가고 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심사위원의 구성은 장르별, 사업별로 지역 내 및 타 지역 전문가로 풀(pool)을 만들어 운영한다. 기존 심사인력 풀과 사업평가위원, 예술위원회 추천자 등이 광범위하게 포함되어 있고, 3년 연속 동일 사업의 심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며 같은 사업의 전년도 심사위원은 50% 이내로 제한된다. 비밀 유지도 나름 철저하다.

특정 1, 2명의 심사위원이 선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OCR 카드 채점 방식'을 택했다. 개별적으로 채점한 점수 중에서 최고점과 최하점을 제외하고 평균을 구해 평가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심사위원이다. 대구문화재단은 심사위원이 지원 대상자(단체)와 혈연, 학연, 지연 등 이해관계가 있을 때 심사에서 빠지도록 하는 '심사기피제'를 시행하고 있다. 문화예술계의 특성상 제3자가 쉽게 알기 어려운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히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심사위원 스스로가 '판단'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취지에서다. 그런데 올해 스승이 제자를 심사함으로써 이 시스템은 비판과 비난을 자초하고 말았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도입한 'OCR 카드 채점 방식'은 역설적으로 전년도 사업평가에서 '가산점'을 받은 지원자(기관)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을 만들었다. 현행 심사채점 방식은 사업 간 평가 점수 '차이'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신규사업이나 가산점이 없는 사업은 불이익을 받게 된다는 것. '전년도 사업결과에 대한 평가를 다음해 사업 선정에 반영한다'는 원칙에 동의하면서도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전년도 사업평가 점수 -10점~+10점은 심사위원들의 모든 평가를 무력화시킬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사업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고, 잘한 사업을 계속 지원해 대구의 브랜드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그것이 더 나은 신규사업의 발굴을 저해해서는 안 된다"면서 "기존 사업에 대한 절대평가를 통해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탈락시키고, 잘한 사업에 대한 가산점의 한도를 합리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 "대구의 브랜드가 될 만큼 잘하고 좋은 사업이라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갖추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따라서 일정기간 지원을 받은 브랜드 공연(사업)은 지원금액을 줄여 스스로 자립해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장르 간 형평성의 문제는 같은 장르 내에서도 공연 등에 드는 비용의 차이와 같은 다양한 이질적 요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문화예술계 스스로 합리적 합의를 이끌어 내려는 노력이 먼저 선행되어야만 논의가 진척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대구문화재단 관계자는 "사업 2년차에 들어선 만큼 평가 환류 시스템에 대한 분석과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면서 "문화예술계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그룹의 도움을 받아 개선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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