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에세이 산책] 새로운 리더십

조직이나 집단의 리더에 대한 연구는 20세기 초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수많은 학자들이 리더십 연구에 몰두하다 보니 리더십에 대한 정의도 연구자마다 조금씩 다르다.

하지만 리더십이란 '목표 설정이나 목표 달성의 과정 속에서 조직화된 집단의 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이나 행위'라고 정의할 수 있는 공통분모는 동일하게 발견된다.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가 효율적인 조직 관리를 위해서는 보편적이고 상황적합적인 사고를 지녀야 조직의 발전을 기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상당수 조직 중에서는 지연, 혈연, 학연, 줄서기 등 구성원의 능력과 상관없는 외적인 요인에 의해서 조직이 관리되고 있다는 하소연이 터져 나오고 있다.

조선 제19대 임금인 숙종은 변덕이 심한 왕으로 정평이 난 임금이었다. 14세에 왕에 오른 그는 재위 46년간 서인과 남인의 틈바구니에서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 기사환국(己巳換局), 갑술옥사(甲戌獄事) 등의 변란을 일으켜 서인과 남인을 번갈아가면서 사사(賜死)시켰다. 그러한 와중에서 인현왕후를 폐위시켰다가 다시 복귀시키는가 하면, 조선시대 유일하게 궁녀 출신인 장옥정을 왕후로 정했다가 다시 희빈으로 강등시킨 후 사사했다.

세습왕조에 의한 낙하산 리더가 저지른 전형적으로 잘못된 인사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집안의 경영과 국가 경영을 혼동한 숙종의 변덕스러운 리더십이 서인, 남인, 노론, 소론 등 붕당정치의 기틀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후기 조선을 허약한 국가로 이끈 것이다.

직선에 의해서 선출된 단체장이나 국회의원이라고 해서 낙하산 인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어느 당이 우세한 지역에 공천된 인물은 자신의 능력과는 무관하게 당선된다. 국회의원의 30% 이상이 법학을 전공한 사람들로 구성된 나라가 우리나라다. 편협한 시각이 정치에 반영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다.

평생 대학 교육만 담당하던 사람이 유력정당의 공천을 받아 초'중'고를 관할하는 수장이 되었다고 하자. 30년 이상 교단의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교육에 힘쓰다가 수장에 오른 사람과 비교해볼 때 그를 낙하산 인사라 아니 할 수 없을 것이다.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주변 참모에게 의지하며 자리에 연연하게 된다. 이른바 정치적인 리더십만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아집(我執)을 내세워 조직원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없는 편법인사가 그의 전유물이 될 것이다. 그러한 그에게 지연, 학연, 혈연, 줄서기 등으로 구성된 골품제도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했던 구성원들은 그가 구축한 새로운 성골과 진골의 출현에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다. 억지 논리에 갇혀 현장을 무시하는 참모들의 의사결정에 목을 매는 그의 모습이 안쓰러워 연민의 정을 보내기도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쯤 각 조직마다 성심(聖心)을 갖고 조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지닌 진정한 리더를 기대할 수 있을까.

정재용/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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