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독 대구만 다른 도시에 비해 지하점포 매출이 떨어집니다."
지하상가에 위치한 대형마트의 A점장은 출근할 때마다 가슴이 답답하다.
교통 접근성과 주거 밀집지 등 비교적 상권이 양호한데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A씨는 "1년 전 대구로 발령받을 당시 동료들이 대구 지역 지하점포들이 하나같이 맥 못 추는 것을 두고 '지하의 저주'란 말을 자주 했었는데 우스갯소린 줄만 알았다"면서 "대구만 지하점포 매출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대구가 타 도시에 비해 지하에 입점한 대형마트 매출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 내 이마트, 홈플러스 16개 점포(2010년 기준) 매출을 분석한 결과 지하 매장인 이마트 감삼점, 홈플러스 수성점, 상인점, 성서점 매출 성적이 지상 점포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트 감삼점의 경우 2010년 한 해 매출이 281억원에 그쳐 8개 점포 중 꼴찌를 기록했다. 홈플러스도 역시 규모가 큰 성서점을 빼면 상인점이 430억원으로 집계돼 매출 하위권에 머물렀다.
대표 지하상가 역시 상황이 비슷하다.
도심 알짜 지하 상권인 중구 반월당 메트로센터만 해도 2005년 문을 연 이후 지난해 현대백화점이 들어오기 전까지 빈 점포가 남아 있는 등 죽은 상권으로 통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트로센터는 환승역 인근 상가만 그나마 인기가 있었고 계산오거리 쪽은 분양조차 되지 않았다"며 "그나마 분양이 된 곳도 임대료 없이 몇몇 점포가 들어와 있던 게 고작"이라고 밝혔다.
수성구 범어동 두산위브더제니스 지하상가도 마찬가지. 주상복합아파트인 위브더제니스의 시행사인 ㈜해피하제가 이 지하상가를 준공해 대구시에 기부 채납했으나 임대 사업자가 나서지 않은데다 활용 방안을 놓고 의견이 엇갈려 텅 비어 있었다.
최근 영어거리 조성 등 다양한 특화 사업이 펼쳐지고 있지만 아직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러나 서울, 부산 등 다른 대도시는 '지하'란 핸디캡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마트의 경우 오히려 지하 점포가 최고 매출을 올린 곳도 있다. 부산만 해도 지하 점포인 홈플러스 사상점(800억), 동래점(600억)이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고 한때 전국 매출 1위를 기록하며 대형마트의 전설이라고 불렸던 이마트 서부산점도 지하 매장이다.
서울 또한 34개 이마트 중 지하 점포인 자양점, 왕십리점, 용산점이 지난해 매출 부문 2, 3, 5위를 기록하는 등 우위를 보이고 있다.
유통업체는 대구 지하상가 매출이 떨어지는 이유로 지하철 참사와 낮은 대중교통 이용률 등을 꼽고 있다.
1995년 상인동 지하철 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와 2003년 중앙로 지하철 참사 등 두 차례의 지하철 사고를 겪으면서 '지하'란 용어에 대한 기피 현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자가용 이용률이 38.1%로 서울(20.6%), 부산(29%)보다 높은 것도 한 원인.
유통업체 관계자들은 "지하상가는 통상 상권이 발달된 지역에 있어 교통 정체가 많고 주차도 쉽지 않은 단점이 있다"며 "대중교통 이용률이 올라가면 지하 상권이 발달하지만 자가용 이용률이 높으면 상대적으로 지하 상권은 침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