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월급 벌써 세번째 떼여…한국이 싫어요"

인도에서 온 브라카쉬 씨

"돈 많이 벌어 돌아가고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 사장님들 나쁜 사람 많습니다. 이제 한국 싫습니다."

인도에서 온 브라카쉬(Prakash'36) 씨는 미등록 외국인노동자, 속칭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이다. 그는 2002년 정식 산업연수생으로 경주시 외동읍 산업단지를 찾았으나, 비자가 끝난 2년 뒤에도 한국 땅에 남았다. 고향에 조그마한 가게라도 하나 차리고 싶어 각오한 일이다.

"돈을 모아 고향에 목공소를 차리는 게 꿈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원래 목수 일을 하셨는데 어릴 적부터 곧잘 일손을 돕다 보니 기술이 많이 늘었거든요."

브라카쉬 씨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했지만 월급은 140만원에서 160만원 정도가 고작이었다. 그마저도 제때 받은 적이 없었다. 공장 사장은 대부분 100만원 정도만 지급하고 나머지 돈은 차일피일 미루기 일쑤였다. 불안정한 신분 때문에 따질 수도 없었다. 그러던 그에게 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2009년 10월부터 7개월간 일했던 A업체가 250만원의 월급을 미뤄둔 채 덜컥 문을 닫아버렸고, 사장도 연락을 끊고 잠적해 버렸다. 그에게는 벌써 3번째 벌어진 일이었고, 이렇게 받지 못한 돈이 1천만원이 넘었다고 한다.

"한달에 60만원을 고향에 보내면 남는 돈 40만원으로 방값도 내고, 먹을 것도 샀어요. 그래도 밀린 돈만 받으면 바로 고향에 돌아가서 꿈을 이룰 생각이었죠."

한국생활에 염증을 느낀 브라카쉬 씨는 결국 17일 출발하는 고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비행기 요금 70만원은 목걸이 등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들을 팔아 충당했다.

또 다른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자바드(Javad'34'이란) 씨는 고향에 돌아가고 싶어도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2009년 9월쯤 1천만원의 빚으로 한 달 비자를 구해 입국한 뒤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일거리를 찾다가 브라카쉬 씨와 같은 곳에서 일했고, 역시 250만원의 임금을 받지 못했다.

자바드 씨는 "한국행 비행기를 처음 탔을 때는 '이제 가난이 끝났구나'는 생각에 너무 설레었다. 하지만 한국생활이 내게 남긴 것은 상처뿐이다"면서 "앞으로 한국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화가 날 것 같다"고 울분을 토했다.

포항'신동우기자 sdw@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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