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우리나라에 연예인 끼를 가진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기존 가수 뺨치는 노래 실력은 물론, 랩과 춤에서도 여느 연예인에 뒤지지 않는 재능이 있는 참가자가 수두룩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진행 방식은 조금씩 다른데 그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끈 것은 'K 팝스타'이다. 각 방송사의 예능 프로그램이 몰려 있는 일요일 저녁임에도 한때 20%에 가까운 시청률을 기록했다. 그리고 그 인기의 중심에는 올해 고등학교에 갓 입학한 이하이가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줍고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다가도 노래가 시작되면 눈빛이 변한다 해서 '반전(反轉) 소녀'라고 불리는 이하이는 예선부터 생방송에 이르기까지 부르는 곡마다 화제였다. 포털 사이트 다음이 제공하는 TV팟에 따르면, 이하이가 지금까지 부른 6곡의 동영상 재생 수가 1천만 회에 이른다고 한다. 인터넷에는 7개의 팬 카페가 있고, 전체 회원 수도 2만 명에 가깝다. 팬층도 두텁다. 대개 10'20대지만, 기사나 동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 40'50대는 물론, 자신이 60대 후반이라고 밝힌 이도 있었다. 가히 '이하이 신드롬'이라 할 만하다.
이하이의 강점은 심사위원들이 도저히 한국에서 자란 것 같지 않다고 탄복한 짙은 감성의 목소리다. 여성으로서는 흔치 않은 중저음에다 음절 하나하나에 바이브레이션이 자연스럽게 배어 있다. 이를 흑인 음악인 솔의 감성과 비교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한국적 정서가 가득하고, 마음을 싸하게 만드는 매력이 숨어 있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른다는 것을 넘어, 많은 팬이 만 나이로는 겨우 15세인 이하이의 곡을 들으면 들을수록 헤어날 수 없다고 감동하는 이유다.
2년 전, 한 케이블 방송의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장재인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집단 따돌림으로 고등학교를 중도에 그만둘 수밖에 없었지만, 그 힘든 세월을 딛고 꿋꿋하게 자란 그녀가 고마워서였다. 장재인과는 조금 의미가 다르지만 이하이도 고맙다. 어쩌면 아이돌 가수가 판을 치는 국내 음악계에 중장년층 팬을 끌어들이는 기폭제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 기대 때문이다. 앞으로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만의 깊은 감성을 절절하게 표현하는 좋은 가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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