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SSM)이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입법예고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정식 발효될 예정이어서 이르면 4월부터 영업규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 유통점은 정부에 지원과 SSM에 대한 규제를, SSM은 차별적 규제의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선거철을 맞이한 정치권에서는 규제의 당위성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반면, 유통업계는 헌법재판소에 영업권이 침해됐다는 헌법소원을 낼 예정이라고 한다.
SSM의 확산과 규제에 대한 필요성은 통계에서도 잘 나타난다. 전통시장은 2010년 1천517개로 2003년에 비해 178개(10.5%)가 사라진 반면 SSM은 234개에서 928개(396%)로 늘어났다. 전통시장 매출은 36조원에서 24조원으로 급감했으나 SSM 매출은 2.6조원에서 5조원으로 급증했다.
SSM은 주거지와 가깝고 생필품을 취급하는 생활밀착형 매장이어서 전통시장과 동네마켓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SSM은 다양한 품목을 저렴하게 판매하기 때문에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모든 장점을 모은 유통시장의 골리앗이 될 전망이다.
여기서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가 가장 강한 프랑스의 입법 배경과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6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대형소매점이 등장하면서 프랑스에서는 까르푸 등 유통대기업의 진출지역, 영업시간, 영업품목 등을 제한함으로써 중소상인들과 상권을 보호하고 있다.
1960년대에 들어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대형소매점이 등장하자 규제가 하나씩 늘어나 1973년 '르와이에 법'이 만들어졌다. 1천㎡ 이상 모든 점포는 해당 지역의 상업설비위원회의 허가를 받도록 했다. 게다가 전통시장의 상업근대화, 사회보장제도 지원 및 경쟁유지 등에 관한 보호내용도 담고 있다.
이런 규제에도 불구하고 대형소매점과 SSM은 1974년 2천985개에서 1995년 8천838개로 증가하게 된다. 세수 증대를 노리는 지자체에서 교외지역에 경쟁적으로 유치경쟁을 벌인 결과였다. 대형매장이 급증하자 1996년 모든 지역에서 점포 설립에 대한 허가대상 면적을 300㎡ 이상으로 강화한 라파랭 법을 도입했다. 그 결과 1997년 대형소매점은 8천963개에서 7천280개로 전년 대비 18.8%가 감소했고 2006년에는 6천960개소로 줄었다. 유통업체수가 줄어든 것은 교외의 대형매장들이 SSM 형태로 도심으로 진출하려던 것에 대한 규제가 가장 큰 원인이다. 국내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대형소매점들은 해외 진출을 위한 전략을 실행하게 되었고 프랑스를 유통업 강국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프랑스의 유통소매업 규제는 소상공인을 보호하는 동시에 도시균형발전을 위해 실시해 오고 있어 다음과 같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첫째, 전통시장의 연착륙문제로 압축해 볼 필요가 있다. 5년간 한시적인 법으로 전통시장과 SSM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소비자의 경제적인 편익도 중요하지만 중소자영업자들이 몰락했을 때 치르게 되는 사회적 비용도 감안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자영업자들이 몰락했을 때 그 지역에서 SSM이 잘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둘째, 상생을 위한 대화와 상호이해가 필요하다. 대부분 국가들의 유통시장 규모는 GDP의 5% 내외에 이른다. 이런 제한된 시장을 두고 현대식 유통개념을 도입한 SSM의 확산 추세는 대세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SSM의 확산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에서 전통시장이 업종전환을 위한 시간을 주어야 하는 등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사회안전망의 구축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셋째, 프랑스의 입법과정을 보면 총선이나 지방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나온 바 있다. 우리도 이런 중요한 이슈에 대해 총선 공약으로 확인하고 입법화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1996년 라파랭 법을 주도했던 라파랭 의원은 이 법으로 인해 지명도가 올라가 시락 대통령 때 총리를 역임한 바 있다. 프랑스에서도 SSM은 뜨거운 감자였다. 그러나 추진 배경과 과정은 그 시대에 맞는 방향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루어진 것임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김영우/(주)네오에코즈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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