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후 대구 중구 방천시장. 예술인 공간과 점포가 공존하는 방천시장은 을씨년스러웠다. 어두운 시장 골목을 지나는 행인은 찾아보기 힘들었고 상인들만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자리를 지켰다. 예술인들이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는 점포들도 자리를 비웠거나 문을 닫은 곳이 대부분이었다.
담벼락에는 1년 전에 열린 행사 포스터가 덕지덕지 붙어 있다. 한 상인은 "전통시장을 살리겠다며 펼친 문전성시 사업이 얼마 전 종료되면서 시장이 다시 썰렁해졌다"고 푸념했다.
대구 중구청이 방천시장을 전통과 문화예술이 공존하는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수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시장 활성화사업이 끊겨 다시 방치되고 있다.
올해 방천시장에서 진행되는 문화 예술 사업은 전무하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문화체육관광부의 전통시장 살리기 사업인 '문전성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6억9천만원을 투입해 지역 예술가들과 함께 토요 예술시장과 김광석 추모전 등 각종 문화 행사가 벌어졌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정부의 국비 지원 기간이 종료되면서 중구청이 별도로 지원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청은 상인들이 직접 사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사실상 문전성시 사업을 포기하고 했다는 것.
이 곳 한 상인은 "상인들이 시장 경비원 월급조차 부담스러워 하는 상황에서 예술 사업에 동참할 여력이 없다"고 했다.
시장에 입주했던 예술가들도 발길을 돌리고 있다. 2009년 예술가 상인이라는 이름으로 시장에 입주했던 예술가 24명 중 지금 남아있는 이들은 13명에 불과하다. 방천시장 문전성시사무국 최기원 전 사무국장은 "처음에 빈 창고를 마음대로 쓰라던 건물주들이 막상 예술인들이 재계약을 하려 하면 임대료를 올려주거나 나가라고 한다"며 "예산 지원이 끊기면서 시장과 연계할만한 작업이 없어 시장을 나간 예술인들이 많다"고 했다.
특히 중구청은 문전성시 프로젝트 기간중에 시장 재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였다. 건물을 철거할 정비예정 지역에 수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어 각종 문화행사를 열고 예술인들의 시장꾸미기 작업까지 한 셈이다.
중구청에 따르면 방천시장 일대는 2009년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구성됐다. 443가구 규모의 주상복합아파트를 짓기 위한 것으로 구청은 정비사업 추진 계획을 승인해 대구시의 심의만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재개발에 동의한 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재개발을 추진 중이었는데, 중구청이 이를 알고도 문전성시 사업을 추진했다.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추진과 문전성시 사업을 통한 방천시장 활성화는 별개의 문제로 본다"며 "그동안 예산을 지원했으니 이제 상인들과 예술인들이 자립해 전통시장 기능을 되찾아야한다"고 해명했다.
황희진기자 hh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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