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연음식 이야기] (11) 천년의 향기 '전통주'

마셔도 마셔도 또 당기는 우리 술 '막걸리'

발효 음식의 근원지인 우리나라는 '술' 또한 한국의 맛을 대표하는 데 한몫을 차지한다. 한국의 반상에는 반주가 있어야 드디어 상이 완성된다.

술의 어원을 따라가 보면 술의 본딧말은 '수블' 혹은 '수불'이었다. 이것이 조선시대 문헌에는 '수울' '수을'로 기록되어 있어, '수블→수울→수을→술'로 변해왔음을 추정할 수 있다. '수블'의 의미에 대해서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술을 빚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술을 쪄서 익히고 여기에 누룩과 주모(酒母)를 버무려 넣고 일정 양의 물을 부어 빚는 과정에서 술이 발효돼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을 보고 물에 불이 붙는다는 의미로 '수불'이라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최초의 술에 대한 기원은 1287년 출간된 '제왕운기'로, 동명성왕의 건국담에 술에 얽힌 이야기가 '고삼국사'에 인용되어 있다. 천제자(天帝子) 해모수가 하백의 세 딸을 유인할 때 미리 술을 마련해 놓아 세 처녀가 받고 만취한 후 돌아가려 한다. 이때 해모수가 앞을 가로막고 하소연하였으나 둘은 도망가고 제일 맏언니인 유화만이 붙들려 해모수와 동침하게 되어 고구려 시조가 되는 동명성왕 주몽(朱夢)을 낳았다는 기록이 있다. 우리나라는 상고시대에 이미 농업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었으니 고구려 건국담에 나오는 술은 곡주였을 것이다.

우리나라 술인 탁주, 약주의 기원은 삼한시대 이전에 전개되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 삼한시대를 거쳐 고려 중기에 이르러 다채로운 양조가 실시되었으며 이때부터 탁주, 약주(청주), 소주 등의 주(酒)종이 명문화되기 시작했다. 조선시대에 와서는 지방, 가정, 계절, 용도 등에 따라 양조방법이 다양해져 그 종류도 대단히 많이 나타났다. 탁주류, 소주류, 약용주류(가향주류) 등으로 분류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유명하다고 하는 소위 지방 토속주 또는 전통주 대부분은 약주류와 약주 제조 시 식물 약재 등을 혼합해 제조하는 약용주류에 속하는 것이 많았다.

이런 주류의 대부분이 그 제조에 있어 양조 원료로는 쌀을 주로 사용하고 발효제로는 누룩만을 사용, 급수비율은 현행보다 적은 것이 많았다. 오늘날과 같이 순수 배양한 효모는 사용하지 않았고 야생 효모에만 의존했으며 1단, 2단, 3단 담금 등으로 제조됐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전통주나 토속주는 쌀 등 곡물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발효시키는 양조곡주와 이를 증류시킨 증류주(소주)류, 이들 곡주류나 증류주에 솔잎, 생약제, 초조목피를 넣어 그 성분과 향기를 우려낸 가향주류 등이 있다.

술은 탄수화물이 미생물 분해작용에 의해 알코올을 비롯한 여러 가지 성분이 생성된 발효 음료로, 인류가 만든 음료 중 가장 오래된 음료라 할 수 있다. 술은 알코올 또는 주정 1도 이상의 음료로 정의하고 있다. 과실이나 곡류와 같은 당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 이 원료에 자연 상태의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생육함으로써 그 분해작용에 의하여 알코올을 생성한 것이다. 술은 주정이 되는 당질의 종류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지만 술이 만들어지는 과정상의 원리는 모두 같다.

달콤한 누룩 향이 익어가면서 긴 고뇌 끝에 향기로운 술이 발효되어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 민족의 강점인 인내와 끈기를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막걸리 한 사발에서 우리네 인심을 나누며 정을 나누는 문화도 함께 만들어졌다. 흥겨운 대학가의 축제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며, 힘겹게 농사일을 하는 농부들의 시름과 피로를 가시게 하고,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땀을 식혀 주는 것도 막걸리 한 사발이다. 기름에 지글지글 바삭하게 구운 파전과 함께하는 동동주는 그 맛이 일품이다.

우리나라 전통주는 주세법상 탁주, 약주, 소주로 나뉘기도 한다. 지역별로 유명한 전통주는 다음과 같다. ▷경기지역 백세주, 문배주, 삼배주, 이조흑주, 포천막걸리 ▷충청지역 연엽주, 백일주, 두견주, 구기자주 ▷전라지역 홍주, 오곡주, 사삼주, 이강주 ▷강원지역 옥로주 ▷경상지역 안동소주, 교동법주, 국화주 ▷제주지역 오메기술 등이 있다.

신아가 참(眞)자연음식연구소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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