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최성달의 문화 톺아보기] 퇴계가와 용수사 '융합과 통합의 모델'

안동시 도산면 온혜리 노송정 종가 뒤편 퇴계 선대 묘소를 관리하기 위해 지은 재사(齋舍)인 수곡암(樹谷庵). 이 암자는 퇴계 선생이 50세 되던 해 집안 묘소를 관리하고자 용수사의 설희(雪熙) 스님에게 부탁해 지었다고 전한다.

필자는 며칠 전 수곡암 기문을 노송정 종가의 이창건(62) 종손에게서 받아 보았다. '동당(東堂)은 유생이, 서당(西堂)은 설희 스님이 거처한다'는 내용과 재사에 불교 건물에 붙여지는 암자 암(庵)자를 붙인 것이 유독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이동건 영남퇴계학회 이사장과 이동승 전 서울대 불문학과 명예교수는 정리(情理)라고 해석했다. 묘소 앞에서 지내는 제사의 법도는 원래 종가의 의례였으나, 지파의 후손이 참석하는 것을 정리상 나무라지 못하듯 나라의 억불정책에도 몸과 마음으로 체득된 불교와의 인연을 무자비하게 끊어내는 것은 선비의 처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긴 퇴계 선생의 '불교 수용관'이었다는 것.

퇴계의 불교관인 '정리'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존중과 융합이다. 필자는 그동안 펴냈던 책 4권의 집필 작업을 모두 용수사에서 한 인연으로 지난 2009년 9월 '한국음식의 종가 안동 食(식)'을 끝내고 한 달여를 용수사에서 쉬었던 일이 있었다.

평소 내가 사용하던 방에다 짐을 풀어놓고 경내 찜질방에서 쉬고 있을 때 선비의 풍모가 느껴지는 노인이 자신과 한방을 쓰자며 말을 걸어왔다. 지난해 타계하신 이동은 퇴계 종손의 실제(實弟)인 이동한 전 충북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였다. 용수사에 거처하며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서 활인심방을 강의하고 계셨는데 그분에게서 용수사의 법련과 정일 스님이 도산서당을 지은 이야기며 용수사와 퇴계가와의 깊은 인연을 전해 들었다.

한 달을 융합과 통합, 존중이라는 화두를 공부하면서 지낸 셈이다. 지금 안동에서는 소통을 통한 융합과 존중이 화두가 되고 있다. 목성동 성당과 대원사, 금곡서당, 유교문화회관, 안동교회, 성덕도 등 다양한 종교시설이 몰려 있는 안동시 목석동 일대를 '종교특구'로 만들고 있다.

권기창 교수 같은 도시 재편의 눈을 가진 전략가들과 용수사의 상운 스님, 이동한 교수 같은 융합파들이 힘을 합쳐 이곳을 화합과 통합을 통한 지역발전 특구로 만들려 하고 있다. 아울러 '어울누리'라는 문화단체를 함께 만들어 '낙동강 생명존중 대축제' 등 종교와 이념을 넘어 융합과 통합, 존중이라는 시대정신 실현에 앞장서고 있으니 선대(先代)에 맺은 선근(善根)이 보기 좋게 이어지고 있음이다.

안동시 역사기록관'시나리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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