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가격이 얼마나 싼지 강조할 때 '껌값'이라는 말을 쓴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물가가 높은 요즘은 껌의 가격도 많이 올라서 껌값이라는 말을 쓰기가 좀 애매해졌지만, 그만큼 껌은 우리에게 친숙한 기호식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과거에는 과일향, 박하향의 껌들이 주를 이루었지만 지금은 맛과 기능이 훨씬 다양해져서, 진짜 과일즙을 농축한 껌이나 졸음을 쫓기 위한 기능성 껌도 등장했다. 그래도 입맛은 변하지 않는지 어쩌다 입가심용으로 껌 한 통 사게 되면, 어김없이 필자의 손에는 은은한 박하향이 나는 옛날 껌이 들려 있다.
주한미군과 함께 들어온 우리나라 껌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미군이 주둔하게 되면서 껌은 일본에서 갑자기 큰 인기를 끌게 되었다. 눈치가 빠른 사업가들은 껌 열풍에 힘입어 너도나도 껌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패전을 겪은 당시 일본의 성인들은 서구문화의 산물인 껌이 곱게 보일 리 없었고, 곧이어 껌에 대해 거친 비난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이처럼 껌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한 젊은 사업가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그는 시판하던 자신의 껌에 작은 대나무 대롱을 붙여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곧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그는 껌의 소비층이 주로 어린이인 것을 감안해, 대롱 끝에 대고 풍선껌을 불 수 있는 아이디어 상품을 개발한 것이었다. 이 뛰어난 수완의 주인공은 100만엔의 자금과 10명의 종업원으로 오늘날의 대기업 '롯데'를 설립한 신격호 회장이다.
신격호(辛格浩)는 1922년 10월 4일 울산에서 출생했으며, 일본으로 귀화해 시게미츠 다케오(重光武雄)라는 일본식 이름도 가지고 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남보다 앞선 아이디어를 실천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화장품 사업으로 수익을 남긴 그는, 자신만의 아이디어로 과감히 껌 사업에 뛰어들어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일본에 건너가 맨주먹으로 사업을 일으켰고 뛰어난 아이디어와 그것을 과감하게 실천으로 옮기는 행동력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사업가는 재물복, 즉 금전(金錢)운이 좋은 사주나 이름을 가져야만 되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런 것만은 아니다. 그의 성명운을 보면, 재성(財星)보다는 인성(印星)과 관성(官星)이 강한 이름으로 그 성격이 섬세하고 창의적이며, 전략과 기획력이 뛰어나 직업군인이나 고위직 공무원으로도 탁월한 업무능력을 보일 수 있는 이름이다. 그리고 의약품 개발이나 해외무역업과 같은 세일즈와 사진작가 같은 예술계통에서 활동해도 출세할 이름이다.
젊은 시절 일본 와세다 실업학교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으나, 책을 좋아했던 문학청년답게 그는 자신의 기업명 '롯데'도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여주인공 이름에서 따왔다. 맨손으로 일본으로 건너가 '맨손도 큰 사업밑천이다'라는 인생관을 세우고 적은 자본으로 할 수 있는 풍선껌 제조업으로 현재의 롯데그룹을 세운 신격호 회장. 그는 금전운이 좋았던 것이 아니라,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과감하게 구체화하여 실천에 옮기는 그의 이름과 같은 성격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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